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화물선 ‘나무호’ 공격에 대해 조사해 온 정부가 이 비행체가 이란의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정체불명의 드론 공격을 의심하던 정부가 이란 군함의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이 있었음을 처음으로 시인한 것이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17일 나무호 사고 조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수거한 엔진잔해에서 이란산 터보 제트 엔진과 유사한 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체 잔해물이 하늘색으로 도색된 것과 부품에서 이란산으로 추정되는 각인을 확인했다며 이란 군함의 미사일 공격을 인정했다.
‘나무호’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한 것이 밝혀진 이상 정부가 이란 측에 강력 항의하는 등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유감 표명이나 이란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는 없는 상태다.
정부가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특정하고도 응당한 조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우리 선박의 통항 문제가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제로 이란 당국과 협상 중인 상황에서 상대를 자극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설령 그렇더라도 공격 주체가 밝혀졌는데 후속 조치를 망설이다간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상대에게 일방적인 저자세로 보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든 유사한 일이 재발했을 때 이번과 똑같이 그냥 넘어갈 거란 잘못된 신호를 심어줄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박 차관은 드러난 여러 증거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이란 쪽에서 인정하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논리인데 ‘고의성’ 여부가 정부의 조치에 변수로 작용할 거란 인식에 영 동의가 안 된다.
어느 나라 군대가 전쟁 중에 제3국의 민간 화물선을 미사일로 공격하고 고의성을 인정하겠나. 외교부에 초치된 주한 이란 대사가 이란의 개입 사실을 완강히 부인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고의로든 실수로든 우리 화물선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피해를 입혔으면 먼저 유감을 표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그게 외교적으로 상대국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걸 기대하기 어려운 나라로부터 군사적 공격을 당하고도 아무런 말도 못 하는 정부의 자세 또한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