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만 강조하고 인간의 노력을 무시할 때 나타나는 교회의 타락과 영적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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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구 장로(바른구원관선교회)
김병구 장로 ©바른구원관선교회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는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위대한 진리를 붙들어 왔다. 인간의 공로나 선행으로는 결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으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은혜만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사실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진리가 잘못 해석될 때 발생한다. 믿음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책임과 순종과 노력을 무시하는 극단적 신앙 풍조가 나타났고, 그것이 오늘날 교회의 타락과 영적 쇠락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성경은 결코 “노력 없는 믿음”을 가르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너희 구원을 이루라”고 하였고,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선언하였다. 예수님께서도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말씀하셨다. 여기에는 인간의 결단과 인내와 순종의 노력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인간의 노력이 구원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반드시 삶의 변화와 거룩을 향한 몸부림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오늘날 일부 교회에서는 “믿기만 하면 된다”는 단순한 구호가 남용되면서 신앙의 긴장감이 무너지고 있다. 회개 없는 구원, 순종 없는 믿음, 성화 없는 은혜가 강조되면서 많은 신자들이 영적 안일함에 빠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조차 죄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 삶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혜를 값싼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결국 교회의 도덕적 권위를 약화시켰다. 세상은 교회를 바라보며 “말은 거룩하지만 삶은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교회 지도자들의 타락과 물질주의, 성도들의 세속화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신앙 이해의 결과이기도 하다. 믿음은 강조하지만 책임은 말하지 않고, 축복은 강조하지만 자기 십자가는 외면하는 신앙은 결국 인간 중심적 종교로 변질되기 쉽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달랐다. 그들은 은혜를 받았기에 더욱 거룩하게 살고자 몸부림쳤다. 박해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내놓았다. 그들의 삶에는 눈물의 기도와 철저한 회개와 말씀 순종이 있었다. 믿음은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삶 전체를 바꾸는 능력이었다.

오늘날 교회가 다시 회복되기 위해서는 “은혜”와 “책임”을 함께 붙들어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룩을 향한 노력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다. 성령께서는 인간을 게으르게 만드는 분이 아니라 죄와 싸우게 하시는 분이다.

농부가 씨를 뿌리지 않으면서 풍년을 기대할 수 없듯이, 신앙도 노력 없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기도하려는 몸부림, 죄를 끊으려는 결단, 말씀대로 살기 위한 인내가 없는 믿음은 결국 형식적 종교로 흐를 위험이 크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이다. 그러나 그 구원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변화된 삶으로 응답해야 한다. 믿음과 순종, 은혜와 노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참된 믿음은 반드시 거룩한 삶의 열매를 맺게 되어 있다. 교회의 미래는 바로 이 균형을 회복하는 데 달려 있다.

#김병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