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보다 강도 높은 대응과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북한 상황을 단순한 개별 인권 사안이 아닌 “인권 위기”로 규정하며, 국제사회가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은 인권 위기 상황에 있다”며 “국제 공동체가 이제는 반드시 그런 접근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형태의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며 북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응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방한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공식 방한으로는 지난 2015년 자이드 알 후세인 당시 최고대표 이후 약 11년 만이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12일부터 1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부 관계자와 시민사회, 탈북민 등을 만나 북한 인권과 국제 인권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북한 인권 위기 지적… “반인도 범죄 가능성도”
튀르크 최고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가 북한 내 인권침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사무소에서 북한의 중대한 인권 침해 양상을 계속 기록해왔다”며 “이 가운데 일부는 반인도 범죄에 달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내부의 국가 운영 방향과 관련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안보와 군사 투자가 우선시되면서 사회서비스와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단기적인 현안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인권 상황이 장기간 이어져 온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언급하며 국제 인권 체계 안에서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외에도 납북자 가족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문제 등 최근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들도 함께 언급됐다.
◈납북자 가족 문제 언급… “가족 연락 재개 시급”
튀르크 최고대표는 전날 납북자 가족들을 만난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며 “서신 교환과 가족 간 연락 재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공개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기간 이어진 이산과 단절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가족 간 생사 확인과 소통 재개를 위한 국제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와 함께 납북자 및 이산가족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오랜 기간 주요 인권 현안으로 다뤄져 왔다. 특히 가족 간 연락 단절과 생사 확인 문제는 국제 인권기구와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사안이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정치·군사적 사안과 분리해 접근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인간의 기본적 권리 보호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군 포로 문제도 거론… “국제법 적용돼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에 대해서는 국제 인권법과 국제 인도주의법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우크라이나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있어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당연히 국제 인도주의법과 국제인권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고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송환금지 원칙 역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당사자를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국제 인권 원칙이다.
최근 북한군 포로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며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 과정에서 국제법 준수 여부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튀르크 최고대표는 방한 기간 동안 조현 외교부 장관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또 인권 관련 시민단체와 탈북민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14일 광주에서 열리는 2026 세계인권도시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민주주의와 인권, 국제사회 협력 등을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 다시 주목받는 북한 인권 문제
북한 인권 문제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다시 주요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기록과 증언 수집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차원의 책임 규명과 대응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볼커 튀르크 최고대표의 방한과 발언 역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북한 상황을 직접 “인권 위기”로 규정하며 책임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에서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