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절망하고 분노한 이들의 역사

[신간] 박영선의 다시 보는 열왕기서
도서 「박영선의 다시 보는 열왕기서」

일평생 ‘하나님의 주권’이라는 렌즈로 성경을 깊이 있게 파헤쳐 온 박영선 목사(남포교회 원로)의 신간, 『박영선의 다시 보는 열왕기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공포와 혼란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남포교회 주일 예배에서 선포된 강해 설교를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승리의 찬가가 아닌, '고민하고 절망한 이들의 역사'

그리스도인인 흔히 열왕기서를 읽을 때 왕들의 행적을 '다윗의 길(선)'과 '여로보암의 길(악)'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재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선한 왕의 통치에는 형통이, 악한 왕의 통치에는 불행이 즉각적으로 뒤따라야 한다는 신앙적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이 틀에 갇히면 역사를 이끄시는 하나님의 일하심 앞에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열왕기서가 성공하여 감격에 찬 이들의 기쁜 회고록이 아니라, 나라가 멸망해 바벨론의 포로로 잡혀간 이들이 절망과 분노 속에 돌아보는 '회한의 역사'라고 역설한다. 하나님의 통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악의 이분법이나 도덕적 법칙을 훌쩍 뛰어넘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실패를 운명으로 두지 않으시는 하나님

박영선 목사는 책의 서문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신앙의 목적은 도덕성과 치성이 보상받는 평안과 형통이 전부인데 반해, 하나님이 생각하시는 인간의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이 역사와 인생을 심판하시면서도 끝없는 시련과 과정을 허락하시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반복적인 실패와 불순종이 그들의 '궁극적인 운명'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즉, 인간을 기어코 하나님의 자녀로 완성해 내시겠다는 포기 없는 사랑과 집념이 구약의 역사 속에 담겨 있다.

팬데믹부터 기후 위기까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묵직한 울림

설교가 선포되던 팬데믹 당시,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박멸과 일상의 회복만이 유일한 '선(善)'이라고 믿었다. 저자는 이 안일함을 깨고, 그 고통의 시간조차 신자를 향한 하나님의 도전이자 일하심의 신비로 풀어냈다.

팬데믹의 터널은 지났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전쟁, 기후 위기, 혐오와 분열 등으로 여전히 어둡고 팍팍하다. 『박영선의 다시 보는 열왕기서』는 시대가 맞닥뜨린 그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하나님의 역사는 중단되거나 지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증명한다.

저자는 독자들을 향해 생존 경쟁과 약육강식의 틀을 깰 것을 권면한다. 거듭되는 실패 속에서도 폭력과 자책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인간의 현실을 직시하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거룩과 순종으로 '하나님과의 연합'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해 고민하고 분노해 본 적 있는 신자라면, 이 책이 제시하는 깊고 넓은 신앙의 안목이 훌륭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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