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청량리에 모였다.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은 지난 8일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서 무의탁 및 차상위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어버이날 잔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다일공동체가 일일 가족이 되어 감사와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이른 아침인 새벽 6시부터 밥퍼 앞마당에는 1000여 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발걸음을 하며 북새통을 이뤘다. 최일도 목사를 비롯한 다일 가족들은 행사장을 찾은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드리며 깊은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정성을 가득 담아 준비한 특별 배식과 다채로운 선물이 전달되며 참석자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식사 후에는 어르신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숨겨둔 흥과 끼를 발산하는 밥퍼 노래자랑이 열려 행사의 열기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박수갈채 속에서 지난날의 시름을 잊고 즐거운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일공동체 측은 앞서 진행된 오병이어의 날과 백수잔치에 이어 이번 어버이날 잔치를 통해 밥이 생명을 살리고 사랑이 100년을 잇는다는 나눔의 숭고한 가치를 우리 사회에 더욱 널리 확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나긴 법적 분쟁 종지부, 시설 개선 청신호 켜져
뜻깊은 나눔 행사와 더불어 밥퍼나눔운동본부에는 최근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지난 4월 30일 대법원이 동대문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림에 따라 다일복지재단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기관의 활동을 위축시켰던 법적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되면서 밥퍼의 나눔 사역은 더욱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다일복지재단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그동안 소송 문제로 기약 없이 미뤄졌던 시설 개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특히 4년 전 서울시가 약속했던 턱이 없는 공동화장실 설치와 쾌적한 노인 쉼터 조성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힌다. 현재 밥퍼에는 매일 800여 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방문해 끼니를 해결하고 있지만 시설 노후화로 인한 불편이 심각한 수준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화장실 이용 환경이다. 기존에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은 계단이 높고 가파르게 설계되어 있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나 보행기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는 거동 불편 어르신들은 사실상 접근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생리적인 현상조차 편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거나 참아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르신들의 고충은 지난 4년간 묵묵히 이어져 왔다.
어르신들의 존엄성 지키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
이처럼 오랜 시간 크고 작은 불편을 감내해 온 밥퍼 홀몸 어르신들은 시설 개선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턱 없는 화장실 교체와 노인 쉼터 조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까지 널리 동참하며 힘을 보태는 중이다. 법적인 걸림돌이 모두 해소된 만큼 관련 지자체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매일 아침 따뜻한 밥 한 끼로 소외된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온 밥퍼는 단순한 무료 급식소를 넘어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의 마지막 안식처 역할을 감당해 왔다. 다일공동체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이 앞으로는 조금 더 인간답고 존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새롭게 정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밥퍼 측은 "이번 어버이날 잔치의 따뜻한 온기와 법적 승소의 기운을 발판 삼아 소외계층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