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등법원(High Court)이 낙태 반대 운동가 데이비드 스키너(David Skinner·80)에 대한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그는 경찰과 지역 공무원들에게 낙태의 참혹함을 보여주는 사진을 이메일로 보냈다는 이유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판결이라고 판단했다.
스키너는 2023년 4월 영국 도싯(Dorset) 지역의 고위 경찰 관계자들과 지방의원들에게 낙태된 태아의 사진과 홀로코스트 관련 이미지가 포함된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해당 이메일은 전년도 지역 내 낙태 클리닉 주변에 완충구역(buffer zone)이 도입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완충구역 설정과 이에 대한 경찰 단속에 대한 강한 반대 의견도 함께 담겼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이미지들이 “극도로 불쾌감을 주는 내용”이며 수신자들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통신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에서 스키너는 유죄 판결을 받고 3,840파운드(약 76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그는 최근 본머스(Bournemouth)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사이니(Saini)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며 “수신자들이 이메일을 받고 불쾌함을 느꼈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죄 판결을 유지하는 것은 비례적인 개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유죄 판결을 유지하는 것은 그의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스키너의 유죄 판결은 취소됐으며, 법원은 그의 소송 비용도 보전하도록 명령했다.
스키너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에 깊이 감사한다”며 “내 의도는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나 공공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에 이 기소는 이루어져서는 안 됐다”며 “긴 법적 절차는 내게 큰 부담이었지만, 이번 판결이 양심의 문제에 대해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일을 막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기독교법률센터(Christian Legal Centre)의 지원을 받았다. 단체는 이번 판결이 종교적·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기독교법률센터 대표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는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은 매우 중요하고 원칙적인 결정”이라며 “불편하거나 강한 충격을 주는 표현이라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합법적인 의견 표명을 침묵시키기 위해 형사법이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데이비드 스키너는 낙태와 완충구역 문제에 대해 공공기관에 자신의 진지한 기독교적 신념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표적이 됐다”며 “오늘 판결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우리가 싫어하는 발언에 대한 답은 형사 처벌이 아니라 더 많은 토론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이 정치적 또는 종교적 표현을 위축시키기 위해 통신법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되어야 한다”며 “스키너가 겪은 고통은 지나치게 길었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부당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