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납치 및 강제 개종·결혼 피해를 주장하는 기독교 소녀 사건을 둘러싸고, 법원이 공식 연령 기록을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는 관행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4월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펀자브주 의회에서는 지난 4월 21일, 기독교 출신 정치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 의원이 관련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는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는 법원이 국가 데이터베이스 등록기관(NADRA)의 출생 기록을 결정적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이러한 관행이 미성년자 착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법원 판결 논란… 13세 기독 소녀 결혼 인정
CDI는 이번 논란은 지난 2월 3일 파키스탄 연방헌법재판소가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와 30세 무슬림 남성 셰흐리야르 아흐마드의 결혼을 유효하다고 판단한 데서 촉발됐다고 밝혔다.
마리아의 가족은 해당 남성이 그녀를 납치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3월 25일 공개된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NADRA와 지방 행정기관의 기록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출생 등록 지연, 문서 간 불일치, 나이에 대한 진술의 모순 등을 이유로 공식 기록만으로는 결정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마리아의 부친이 관련 문서의 불일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마리아가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는 점도 언급하며 연령 판단의 참고 요소로 삼았다.
■ 기독교 공동체 반발… “공식 기록 무시는 인권 문제”
어거스틴 의원은 동의안을 통해 기독교 등 소수 종교 공동체가 이 같은 판결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공동체는 NADRA 발급 문서를 신원과 연령을 입증하는 핵심 자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 출생등록증과 가족등록증이 법정에서 충분한 법적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관련 정책 개선 방향과 소수자 보호 대책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NADRA 책임자가 의회 또는 관련 위원회에 출석해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어거스틴 의원은 “법원이 공식 출생 기록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납치된 소녀를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된다”며 “강압적 상황에서 작성된 진술이 공식 기록보다 우선시될 경우 제도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아동결혼 금지법 개정 논의… 제도적 공백 지적
어거스틴 의원은 펀자브 아동결혼금지법 2026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도 함께 제시했다. 해당 법안은 이미 상임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그는 남녀 모두의 법적 결혼 연령을 18세로 상향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결혼 등록 시 국가 신분증 제출을 의무화하고, 미성년자 결혼은 처음부터 무효로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성년자의 보호자로서 부모의 양육권을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어거스틴 의원은 “아동결혼을 범죄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법 체계의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 법 집행 한계 여전… 소수자 보호 과제 지속
펀자브주 의회는 지난 4월 13일 아동결혼금지법 개정안을 추가 검토 단계로 넘겼으며, 해당 법안은 오는 5월까지 입법화되지 않을 경우 효력이 소멸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아동결혼을 인지 가능한 범죄로 규정하고 최대 7년의 징역형과 벌금 부과를 포함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결혼을 주선한 등록관과 보호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법률 제정과 별개로 실제 집행 과정에서의 한계가 여전히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종교적 소수자와 관련된 사건에서는 보호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즈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 8위를 기록했다. 강제 개종, 납치, 법적 보호 미비 등이 주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