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지방의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산등성을 넘어오는 바람을 따라, 고산 마을의 총회 장소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선교지의 모임은 언제나 단순한 회무 처리를 넘어 아픈 이들을 돌보는 작은 진료소가 되곤 합니다. 그날도 누군가 힘겨운 발걸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신장 기능이 약해져 온몸이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른 50대 중년 남성, 알베르또 형제였습니다.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는 그의 무거운 걸음을 보며, 저는 이 현실을 가장 정확히 아시는 분은 오직 주님뿐임을 고백하며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주님, 제 손끝의 침이 당신의 능력이 흐르는 통로가 되게 하소서".
선교지에서의 진료는 의료 행위를 넘어 하나님 앞에서의 작은 순종입니다. 시간이 흐르며 그의 경직된 몸과 얼굴에 평온이 찾아오자,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도 함께 열렸습니다. 그리고 그 틈으로 뜻밖의 고백이 흘러나왔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한 영혼을 위해 예비하신 영원의 시간이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지 이 땅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영원을 바라보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저는 보이지 않는 실상을 바라보는 믿음의 빛을 보았습니다.
몇 달 후, 다시 그 선교지를 찾았을 때 “다시 오시면 우리 집으로 꼭 모셔달라”던 그의 간절한 부탁을 전해 들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길을 올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그의 집 문 앞에 서서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여기 없습니다.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심장이 멈추는 듯한 정적 속에서 그의 아내는 남편의 마지막 유언을 전해주었습니다. “내가 죽으면 기독교 장례로 보내 주세요.” 비록 이 땅에서 그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는 이미 제가 바라보는 그 영원 안으로 먼저 들어가 있었습니다.
주님의 계획은 언제나 우리의 짧은 생각보다 깊고 완전합니다. 산등성이에서 시작된 이 작은 만남은 한 영혼이 영생을 얻는 영원의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순간에도 일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저는 오늘 다시 소명의 산길을 내려옵니다. 이 모든 사역과 고백이 오직 주님께만 속해 있음을 고백하면서 말입니다.
주재식 선교사(세계 순회 의료복음선교사, 한의사, 대한예수교장로회(개혁총연) 캐나다 노회 파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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