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반도체 원료 수급 불안 확산

헬륨·나프타 의존 구조 속 공급 차질 우려…중국 황산 수출 통제 변수 부상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핵심 원료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헬륨과 나프타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자원에 더해 중국의 황산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요 원료를 제때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는 헬륨과 나프타가 필수적으로 사용되며, 이들 자원의 상당 부분이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헬륨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냉각재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로, 국내 수입의 약 65%가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에서도 카타르는 약 33.2%를 차지하는 주요 공급국으로,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중동 의존 높은 반도체 원료…헬륨·나프타 공급 리스크 확대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헬륨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헬륨 현물 가격이 약 50% 상승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급 불안이 가격 변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에 대응해 일부 생산라인에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을 도입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동시에 장기 계약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비중동 지역에서 대체 공급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정 지역에 집중된 생산 구조로 인해 공급망 재편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프타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전체 나프타 수입의 약 36%를 UAE와 카타르 등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전쟁 장기화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원료 공급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동 리스크가 단순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넘어 산업 중간재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황산 수출 통제 가능성…반도체 공급망 불확실성 심화

여기에 중국의 황산 수출 통제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공급망 불안은 한층 심화되는 모습이다.

황산은 반도체 웨이퍼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되는 핵심 화학 소재로, 공정 품질과 직결되는 필수 물질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일부 생산 업체들은 정부로부터 수출 중단 관련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동 불안 상황에 대응해 자국 내 원자재 수급을 안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황산 수출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급망 대응과 구조적 한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재사용 기술 도입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지역 편중 구조가 뚜렷한 만큼 근본적인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고순도 반도체 소재는 품질 기준이 매우 엄격해 새로운 공급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공급처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검증과 안정화 과정이 필수적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경우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정세 변화에 따라 공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공급망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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