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일상의 의사결정과 정보 탐색을 넘어 인간의 사고와 신앙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시대, AI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책이 출간됐다. 신간 『전지하신 AI』는 급속히 확산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단순한 도구나 편의성의 문제로 보지 않고, 신앙과 인간 이해의 관점에서 분석하며 그 한계와 위험성을 짚는다.
이 책은 AI가 제공하는 빠른 응답과 방대한 정보 처리 능력이 마치 ‘전지성’을 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확률에 기반한 계산 결과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신성(digital divin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인간이 기술을 통해 신적 능력을 모방하려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AI가 인간의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을 제공하는 구조가 오히려 인간으로 하여금 신앙의 본질인 기다림과 신뢰, 인격적 관계의 중요성을 잊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효율성이 인간을 더 많은 일의 압박 속으로 몰아넣고 통제 가능성에 대한 환상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행동을 예측하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점차 자신이 만들어낸 데이터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정체성과 자유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책은 인공지능 시대를 고대 로마제국과 비교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상황 속에서 교회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저자는 초대교회가 거대한 제국의 질서 속에서도 신앙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했던 역사적 사례를 언급하며, 오늘날 교회 역시 기술 중심 사회 속에서 복음의 본질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성은 총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전지성’의 이미지를 형성하는지를 설명하며, 그 한계를 분석한다. 2부에서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비교하며, 인간을 아는 방식이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관계적 이해에 있음을 설명한다. 3부에서는 인간이 기술에 의존하는 태도가 자기 숭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지적하며, AI를 신적 존재가 아닌 도구로 사용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4부에서는 인공지능이 확산된 시대 속에서 교회가 회복해야 할 핵심 가치로 일상성, 진정성, 공동체성을 제시하며, 초대교회의 영성을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인간 존재를 단순히 분석과 예측의 대상으로 이해하는 접근이 인간의 본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데이터로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이며, 사랑과 관계, 신비의 차원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유용할 수 있지만 인간의 궁극적 의미와 방향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지하신 AI』는 인공지능을 둘러싼 기술적 논쟁을 넘어, 신앙과 인간 이해의 관점에서 AI를 성찰하도록 돕는 책이다. AI를 무조건 거부하거나 수용하는 극단적 입장을 지양하고, 기술을 적절한 도구로 사용하면서도 인간 존재와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은 목회자와 신학생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 발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신앙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성찰하도록 돕는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