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지키는 일과 상처 입은 이들을 품는 일… 분리될 수 없어”

제3회 한국누가회 생명윤리 심포지엄 개최… “생명의 시작과 선택” 둘러싼 의료·신앙·사회적 과제 조명
심포지엄에 참석한 관계자들과 발표자들이 ‘생명의 시작과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한 행사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누가회 제공

한국누가회 생명윤리위원회(위원장 서일우)가 4일 오후 온누리교회 서빙고 선교관에서 ‘생명의 시작과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제3회 한국누가회 생명윤리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한국누가회 생명윤리 심포지엄은 온누리교회의 후원으로 진행됐으며, 의료계와 교회, 상담 현장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생명의 시작과 선택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다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강영수 과장(샘병원 산부인과, CMF 누가), 홍순철 교수(고려대 산부인과), 김성옥 국장(1549임신상담출산지원센터)이 각각 발표를 맡아 태아 생명권, 의료현장의 윤리적 갈등, 위기임신 지원 방안 등을 중심으로 발제를 이어갔다.

◆ “생명의 시작, 기술 아닌 양심과 신앙의 문제”

서일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생명의 시작과 선택이라는 주제가 단순한 의학적 판단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생명은 언제나 경이롭지만 동시에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며 “의학은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지만, 생명의 의미와 가치는 여전히 인간의 양심과 신앙의 영역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은 눈에 보이는 현상 너머의 존엄과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며 “새로운 생명의 시작 앞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책임, 양심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오늘날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 결정이 지니는 윤리적 무게는 더욱 커진다”며 “특히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갈등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신앙은 무엇을 말하는지, 공동체는 어떻게 약한 존재 곁에 설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 위원장은 “생명을 지키는 일과 상처 입은 이들을 품는 일은 분리될 수 없다”며 “이번 한국누가회 생명윤리 심포지엄이 신앙과 의학의 조화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태아는 환자인가”… 생명의 시작과 배아의 주도성 강조

강영수 과장은 ‘태어남 이전의 생명-태아를 환자로 볼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에서 임신 과정을 설명하며 태아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임신 전 과정은 태아 측 세포가 주도한다”며 “수정란은 호르몬 분비를 통해 모체에 신호를 보내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며, 자궁 환경을 변화시키는 등 역동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또한 “태반 역시 태아 측 세포로서 임신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배아는 단순히 모체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임신 과정 전반에서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낙태를 둘러싼 다양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태아의 형태, 크기, 발달 단계, 위치, 지적 능력 여부, 부모의 의지 등을 근거로 낙태를 정당화하려는 논의가 존재한다”고 했다.

더불어 생명의 시작 시점과 관련해 전통적으로 제기돼 온 여러 이론들을 소개하며 “수정 순간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새로운 세포가 형성되는 시점부터 인간 생명은 시작된다”고 했다.

강 과장은 “임신은 배아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모체가 수용하는 과정”이라며 “낙태 논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태아의 생명권이며, 상담 과정에서도 이 생명권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의료현장의 딜레마와 헌법적 생명권 논의

홍순철 교수가 ‘의료현장의 딜레마-현, 의료시스템과 윤리의 충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누가회 제공

홍순철 교수는 ‘의료현장의 딜레마-현, 의료시스템과 윤리의 충돌’을 주제로 발표하며 헌법재판소의 낙태 관련 판결을 언급했다. 그는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자기낙태죄와 의사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모든 인간은 생명권의 주체이며, 형성 중인 생명인 태아 역시 보호 대상”이라며 “태아는 모체에 의존하지만 별개의 생명체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 헌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가는 헌법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며 “생명 존중의 가치 질서 속에서 태아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 낙태와 관련해서는 ‘미소프로스톨’을 사례로 들며 “현재 해당 약물은 소화성궤양 치료제로 허가돼 있으며, 임신중절약으로 사용하기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허가 목적과 다르게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고열, 오한, 저혈압, 저산소증, 다발성 장기손상 등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의료적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모자보건법의 취지를 설명하며 태아 보호를 포함한 법적 기준 재정립 필요성을 제기했고, 낙태 반대 원칙으로 생명 보호, 상업화 배격, 의료진의 양심 보호 등을 소개했다.

◆ “위기임신, 포기 아닌 새로운 출발 될 수 있다”

김성옥 국장은 ‘포기하지 않은 생명-생명을 살리는 선택지들’을 주제로 발표하며 위기임신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명은 소중한 선물이며 수정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태아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김 국장은 위기임신에 대해 “임신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며 “적절한 상담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출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 과정에서의 유의점도 제시했다. 그는 “상담 시 기독교적 접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며 “내담자가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 올바른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직접 대면 상담이 중요하다”며 “상담자의 인격적 영향이 생명을 살리는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위기임신과 관련해서는 미성년 미혼 한부모 지원 사업을 소개하고, 전국 단위 보건복지 상담 가능성과 함께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아동권리보장원과 입양숙려기간 모자지원사업 등을 설명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한국누가회 생명윤리 심포지엄은 조현구 전문의(시온산부인과, CMF 누가)와 이종락 목사(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가 토론자로 참여한 가운데 토론 및 질의응답 순서로 마무리됐다.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에 조현구 전문의와 이종락 목사가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생명의 시작과 선택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왼쪽부터 강영수 과장, 홍순철 교수, 김성옥 국장, 조현구 전문의, 이종락 목사) ©한국누가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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