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의회에 강제 종교 개종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소수종교 인권 보호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법안은 강제 개종과 강제 결혼, 구조적 차별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크리스천 출신 국회의원 팔부스 크리스토퍼(Falbous Christopher)는 ‘펀자브 종교 소수자 권리 보호 법안 2026(Punjab Protection of the Rights of Religious Minorities Bill 2026)’을 의회에 제출했다. 크리스토퍼 의원은 의회 소수자문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오랜 기간 제기되어 온 강제 개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특히 기독교와 힌두교 여성 및 미성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강제 개종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최근 13세 기독교인 소녀 마리아 샤바즈(Maria Shahbaz) 사건을 비롯해 미성년자 납치와 강제 결혼, 강제 개종 논란이 이어지면서 법적 보호 장치 마련 요구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법안에 따르면 위협이나 강압, 부당한 영향력을 통해 종교 소수자를 개종하도록 강요하거나 시도할 경우 최대 징역 5년형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법안은 강제 개종과 자발적 개종을 명확히 구분해 개인의 종교 선택 자유는 보장하면서도 강압적 행위는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크리스토퍼 의원은 강제 개종을 명확한 범죄 유형으로 규정하는 것이 기존 법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률 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효과는 제도 간 협력과 피해자 보호 체계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강제 결혼 및 종교 차별까지 포함한 보호 장치 확대
이번 법안은 형사 처벌을 넘어 강제 결혼 문제에 대한 법원의 개입 권한도 확대하도록 했다. 법원은 종교 소수자 강제 결혼 사건에 대해 보호 명령을 내리고 독립적인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원치 않는 결혼 관계에 머물도록 강요받는 상황을 예방하고 보다 신속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소수종교인의 결혼 무효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결정하도록 규정해 기존 혼인법 및 아동 보호 관련 법률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종교적 증오에 기반한 범죄는 가중 처벌 대상에 포함되며, 재판 과정에서 범행 동기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고려될 예정이다.
법안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미성년 소녀 납치 및 강제 결혼 사건에서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도 담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경제적 취약성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소수종교 여성과 아동이 범죄 대상이 되기 쉽다고 지적해 왔다.
교육·고용 등 구조적 차별 해소 추진
이번 법안은 강제 개종 문제뿐 아니라 교육과 고용, 공공서비스 접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종교 차별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법안은 종교적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공동체가 차별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소수종교의 예배 장소와 종교 재산 보호를 국가의 책임으로 명시했다.
법안에는 소수종교 예배 장소를 훼손하거나 불법 점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종교 시설 공격이나 재산 침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교육 과정에서 증오와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점검하고 개선하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인권 단체들은 교육 내용이 사회적 편견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크리스토퍼 의원은 법률 개정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육 개혁과 공동체 참여를 통해 포용적이고 평화로운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강제 개종 논란… 입법 과정 주목
CDI는 파키스탄에서 강제 개종을 금지하는 입법 시도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정치적·종교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2021년 임란 칸(Imran Khan) 정부 당시 연방 차원의 강제 개종 방지 법안이 논의됐으나 일부 종교 단체와 정치 세력의 반대로 입법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일부 비판자들은 법안이 종교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인권 단체들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슬람이데올로기위원회(Council of Islamic Ideology) 역시 개종 최소 연령 기준과 사법 심사 절차 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펀자브주 법안은 소수자문제 상임위원회 검토를 거쳐 의회 토론과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강제 개종과 차별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중요한 법적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권 전문가들은 법률 제정뿐 아니라 실제 집행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독교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Lazar Allah Rakha)는 과거에도 경찰 대응 미흡과 사회적 압력, 장기화된 재판 절차로 인해 피해자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들도 파키스탄 내 종교 소수자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제기독교단체 오픈도어즈(Open Doors)가 발표한 2026년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기독교 신앙을 실천하기 어려운 국가 순위에서 8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