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정체성을 성찰하도록 돕는 신간 『바울의 다문화 감수성: 안디옥에서 배운 다문화 신학』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 권주은 목사(구미국제교회)는 이주민 선교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넘어, 복음과 공동체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이주민 사역의 양적 확대에는 익숙했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다문화 감수성을 단순한 친절이나 문화적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결정하는 신학적 기준으로 재정의한다.
책은 사도 바울의 생애, 특히 안디옥 교회에서의 경험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바울이 처음부터 ‘이방인의 사도’로 완성된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동체 속에서 지속적인 학습과 변화를 경험한 인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관점은 바울의 선교를 특정 문화를 제거하거나 동일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복음의 중심을 기준으로 문화를 새롭게 재배치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특히 안디옥 교회는 초대교회의 대표적인 다문화 공동체로서 복음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공동체의 기준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다문화 현실 속에서 예배의 형식, 리더십 구조, 의사결정 방식 등 공동체의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교회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책은 이주민을 향한 시혜적 접근이나 일회성 사역 중심의 관점을 넘어,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문화 감수성은 개인의 성품을 넘어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하는 기준이며, 누가 중심이 되고 누가 주변이 되는지를 드러내는 신학적 지표라는 것이다. 이주민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체 형성의 주체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목사는 다문화 감수성이 감정적인 공감에 머무르는 개념이 아니라 관계와 권한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누가 말하고, 누가 결정에 참여하며, 누가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가에 대한 질문이 곧 다문화 감수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교회의 언어와 관계 방식, 나아가 신학적 이해의 틀까지 재점검하도록 이끈다.
『바울의 다문화 감수성』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와 신학자, 사역자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배경 속에서 신앙을 실천하는 성도들에게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는 다문화 감수성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하며, 교회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신학적 방향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