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언제나 개인의 결단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필자가 살아 보니, 그 믿음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이라는 자리를 통과해야 했다. 신앙은 혼자 잘 지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집 안의 방향이 될 때 비로소 유산이 된다. 여호수아의 고백이 오늘도 필자의 마음을 붙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여호수아 24:15)
이 말씀을 읽을 때마다 필자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하게 된다. 필자는 과연 내 가정을 향해 이 고백을 삶으로 말하며 살아왔는가?
여호수아는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는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을 이끌었고, 전쟁과 혼란의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뜻을 선포했다. 그러나 성경을 묵상할수록 필자에게 마음에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가 무엇보다 가정의 신앙을 분명히 세운 가장이었다는 사실이다. 필자 역시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여러 역할을 감당하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부분에서 깊은 도전을 받는다.
여호수아의 위대함은 공적인 성공에만 있지 않았다. 그는 집 안에서도 동일한 신앙의 기준을 유지했다. 지도자로서의 말과 가장으로서의 삶이 분리되지 않았기에, 그의 고백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증명되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필자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자녀 앞에서 했던 말들과, 실제로 보여 주었던 선택들이 과연 일치했는지를 말이다.
이런 묵상 속에서 언제나 떠오르는 분이 계신다. 바로 필자의 어머니이다. 여호수아의 고백을 글로 배우기 전에, 필자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먼저 보았다. 필자가 어릴 적, 주일이 되면 세상일은 모두 내려놓고 예배를 가장 우선에 두셨다. 특별한 설명도, 긴 훈계도 없었다. 그러나 그 삶 자체가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다”는 분명한 고백이었다.
당시에는 그저 당연한 일처럼 여겼지만, 세월이 흘러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야 그 신앙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 그 고백이 있었기에 필자의 삶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고, 필자 역시 자녀들을 같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애써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는 손주들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무엇을 이루느냐보다 먼저 하나님을 온전히 믿는 아이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된다.
선택의 순간마다 드러나는 가정의 방향
여호수아 24장은 선택의 장면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러 신들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애굽의 신, 강 저쪽의 신, 가나안의 신들이 공존하던 시대였다. 필자는 이 장면을 읽을 때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떠올린다. 믿음과 현실, 신앙과 성공, 원칙과 편리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요구받는 시대 말이다.
여호수아는 이때 침묵하지 않았다.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그리고 가정의 대표로서 이렇게 고백한다.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다.”
이 고백은 독단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필자는 자녀를 키우며 이 사실을 점점 더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가정의 영적 방향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방임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기준을 세워 주지 않으면, 자녀는 자연스럽게 세상의 기준을 따라가게 된다.
여호수아의 고백이 힘을 가졌던 이유는, 그가 먼저 하나님을 섬기는 삶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여리고 전투 앞에서도, 아이성의 실패 이후에도,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선택했다. 나 역시 인생의 여러 갈림길 앞에서 “이 선택이 하나님 앞에서 정직한가”를 스스로에게 묻고자 애써 왔다. 언제나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믿음의 책임임을 배워 가는 과정이었다.
자녀는 부모의 말보다 삶을 통해 배운다. 위기 앞에서 누구를 의지하는지, 결정의 순간에 무엇을 기준으로 삼는지를 보며 자란다. 여호수아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신앙이 명령이 아니라 삶의 방향임을 보았을 것이다. 필자 또한 자녀들에게 완벽한 신앙을 보여 주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하나님 편에 서고자 하는 방향만은 분명히 보여 주며 살아왔기를 소망해 본다.
가정의 신앙 고백은 가장 오래 남는 유산이다
여호수아의 시대는 끝났지만, 그의 고백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한 세대의 결단을 넘어, 이스라엘 공동체가 붙들어야 할 기준이 되었다. 필자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확신하게 된다. 자녀에게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은 물질이 아니라 신앙의 방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의 가정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예배를 어떻게 대하는지, 물질과 성공을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는지, 이 모든 것이 자녀에게는 말 없는 신앙 고백으로 남는다. 때로는 내가 무심코 내린 선택 하나가 자녀의 평생 신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생각하면, 부모로서의 책임 앞에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여호수아는 자녀에게 혼란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하나님을 섬기는 분명한 방향을 남겼다. 오늘의 필자 역시 가정에서 오직 여호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말과 삶으로 하나님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그럴 때, 우리 가정에서 자라는 자녀와 손주들이 다음 세대의 축복의 통로로 쓰임 받을 것을 믿으며 소망한다.
[핵심 포인트]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 – 여호수아
* 믿음은 개인의 고백으로 시작되지만, 가정의 방향으로 세워질 때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 부모의 신앙은 가르침보다 선택의 순간에 드러나는 삶의 일관성으로 전해진다.
* 가정의 영적 방향에 대한 침묵은 겸손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향한 방임이 될 수 있다.
* 자녀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위기와 결정 앞에서 보이는 신앙의 기준을 보고 배운다.
* 가정에서의 분명한 신앙 고백은 자녀에게 남기는 가장 오래가는 영적 유산이다.
* 오늘의 선택이 내 가정의 신앙을 결정하고, 그 선택이 다음 세대의 뿌리가 된다.
이훈구 장로 G2G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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