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자원안보 위기 경보 격상… 국제유가 급등 속 비축유 방출 검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확산… 원유 수급 불안에 차량 5부제 등 수요 관리 강화
호르무즈 해협 ©구글 지도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유 수송 차질이 현실화되면서 정부가 자원안보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수요 절감 조치를 포함한 전방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오후 3시를 기해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5일 ‘관심’ 단계 발령 이후 약 2주 만의 조치로,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됐다.

자원안보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체계로 운영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 등으로 원유 수송 경로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 경보를 상향했다.

◈국제유가 급등과 자원안보 대응 강화

이번 조치는 중동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약 40% 가까이 급등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에너지 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정부는 공급 확대와 수요 관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제 공동 비축유 우선구매권을 활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물량 확보와 해외 생산 원유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제에너지기구(IEA)와의 공조를 통해 확보된 2246만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는 방안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약 3개월에 걸쳐 비축유를 순차적으로 방출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시기와 물량은 추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해당 물량은 국내 기준 약 10일치 소비량에 못 미치지만, 단기적인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의를 통해 총 240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추가 도입하기로 한 점도 공급 안정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됐다. 기존 600만 배럴 도입 계획에 더해 1800만 배럴을 긴급 확보하면서 국내 일일 소비량의 8배를 웃도는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차량 5부제 검토… 수요 관리 본격화

정부는 공급 대응과 함께 수요 관리도 병행하기로 했다. 공공 부문에서는 의무적 에너지 절약 조치를 시행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자발적 절약 캠페인을 확대하는 한편 필요 시 강제적인 수요 감축 방안 도입도 검토 중이다.

특히 차량 5부제 도입이 유력한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범사회적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도입을 조기에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공공기관에 적용 중인 차량 5부제를 민간까지 확대할 경우 이는 1991년 걸프전 이후 약 35년 만의 조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관련 부처는 시행 시기와 적용 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동 의존 구조와 장기적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높은 중동 의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현실화된 만큼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와 LNG를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뿐 아니라 산업 원자재까지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에너지 공급 차질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생산비 상승 등 복합적인 경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주간 지속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는 약 5.4% 상승하고, 장기화될 경우 최대 11.8%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축유와 산업 대응 과제

현재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는 약 206일분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필수 사용량 기준이라는 점에서 실제 활용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특히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생산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산업 생산 제한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자원안보 위기 경보 격상은 단순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중동 사태가 국내 산업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됐다. 향후 국제유가 흐름과 중동 정세에 따라 추가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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