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독재와 사법부 위기에 대한 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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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성찰

양기성 박사

대한민국은 헌법 위에 세워진 민주공화국이며, 그 기초는 법치주의이다. 법치주의란 법이 사람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법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한 사회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입법권의 과도한 집중과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법치주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결로 운영되는 제도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균형과 견제 위에 세워진 정치체제이다. 그래서 헌법은 국가 권력을 입법·행정·사법 세 영역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도록 설계하였다. 이것을 권력분립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느 한 권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민주주의는 쉽게 균형을 잃는다. 특히 다수 의석을 가진 입법권력이 절제되지 않을 경우 입법독재라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1. 입법독재의 위험

입법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국민의 뜻을 법으로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동시에 입법부는 가장 강력한 권력기관이 될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법을 만드는 권력은 국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수의 힘이 절제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정치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을 남용하거나, 견제 장치를 무력화하려 한다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입법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한 도구가 될 때,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입법권력의 독점으로 변질된다.

역사는 다수의 힘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례들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다수의 권력이 견제받지 않을 때 민주주의는 쉽게 권위주의로 변할 수 있다.

2. 사법부 위기의 징후

최근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사법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다. 법원은 정치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서 벗어나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사법부가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판결이 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의 문제로 해석되기 시작하면 국민은 법원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법부에 대한 지속적인 정치적 압박이 가해질 때이다. 판사들이 판결을 내릴 때 법과 양심이 아니라 정치적 파장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사법 독립이 약화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사법부가 흔들리는 사회에서는 정의가 흔들린다. 정의가 흔들리면 국민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

3. 법치주의가 무너지면

국가가 유지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은 경제력이나 군사력이 아니라 법에 대한 신뢰이다. 국민이 법을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분쟁이 늘어나고 갈등이 깊어진다. 사람들은 법 대신 권력과 힘을 의지하게 된다. 결국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국가의 기반이 약해진다. 그래서 법치주의는 단순한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4.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첫째, 권력분립 곧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입법, 행정, 사법은 서로 협력하되 동시에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
둘째, 사법부의 독립을 보호해야 한다. 재판은 정치가 아니라 법의 영역이어야 한다.
셋째, 입법권력의 절제가 필요하다. 다수의 힘이 곧 정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넷째, 국민의 감시와 참여가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만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맺음말

대한민국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켜온 나라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한 번 세워졌다고 해서 영원히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다. 끊임없는 성찰과 절제가 있을 때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입법권력도, 사법권력도 모두 국민을 위한 권력이다. 권력은 국민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오늘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의 책임이다.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이라는 헌법의 정신을 지켜갈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오직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릴지로다.”(아모스 5:24)
“너는 굽게 판단하지 말며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며 또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신명기 16:19)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