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짐바브웨의 주요 기독교 지도자들이 대통령 임기 연장 가능성이 제기된 헌법 개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민주주의 원칙과 헌법의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음을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에게 국가 헌법의 본질적 가치와 국민의 의사를 존중할 것을 요청하며, 정치 권력의 확대를 위해 헌법이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 가톨릭 주교회의, 짐바브웨 교회협의회, 짐바브웨 복음주의 연합 등 주요 기독교 연합체가 참여한 ‘짐바브웨 기독교 교단 지도자 협의체(ZHOCD)’는 최근 목회 서한을 발표하고 2026년 ‘짐바브웨 헌법 개정안(제3호)’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교회 지도자들은 해당 헌법 개정안이 국가의 정치 구조와 선거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특히 대통령 선출 방식과 정치 지도자의 임기 체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선제 변경과 정치 지도자 임기 연장 논란
CDI는 논란이 되는 헌법 개정안에 짐바브웨의 대통령 선출 제도를 기존의 직선제에서 의회 중심의 선출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제도에서는 국민이 직접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행정 권한을 위임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상원과 하원의 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또한 개정안은 현재 5년으로 운영되고 있는 선거 주기를 7년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치 지도자의 임기를 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교회 지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민주주의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제안된 헌법 개정안은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의 의지를 보호하는 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원들에게 헌법적 책무를 상기시키며,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지도자들은 “국회는 국가 공동체의 선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신성한 신뢰의 기관”이라며 “정치 권력을 연장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2013년 헌법 이후 이어지는 헌정 질서 논쟁
CDI는 짐바브웨의 현재 헌법은 집권당과 야당 간의 정치적 긴장 속에서 수년간 이어진 국가적 대화 과정을 거쳐 2013년에 채택됐다고 밝혔다. 당시 교회들은 평화적 정치 참여와 시민 참여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번 성명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헌법 개정이 추진될 경우 반드시 투명성과 공공의 참여를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거 제도나 대통령 권한과 같은 핵심 제도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국민적 합의와 광범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명은 “헌법은 국민이 함께 맺은 사회적 약속”이라며 “어떠한 개정도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짐바브웨 현지 언론들은 이번 개정안이 고위 정치 지도자들의 임기를 사실상 연장하고 지도자 선출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는 개정안이 현행 법률이 규정한 것보다 더 오랫동안 현 정부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논쟁을 촉발했다.
특히 일부 비판자들은 이번 헌법 개정 논의가 대통령 에머슨 음낭가과 정부의 권력 유지 기간을 늘릴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 측은 헌법 개정 논의가 정상적인 제도 개혁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행정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서 이어지는 대통령 임기 제한 논쟁
CDI는 짐바브웨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헌법 개정 논쟁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대통령 임기 제한 논쟁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아프리카 정치에서 대통령 임기 제한 문제는 가장 논쟁적인 정치적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도자들이 기존의 임기 제한을 넘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추진해 왔고, 이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이 헌법 일부 조항을 검토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임기 제한 변경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촉발됐다.
르완다에서는 2015년 국민투표를 통해 헌법이 개정되면서 폴 카가메 대통령이 추가 임기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우간다 역시 2017년 대통령 연령 제한 규정을 폐지하면서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계속해서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서아프리카 국가인 코트디부아르에서도 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알라산 와타라 대통령이 새로운 헌법 체제에서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헌법 개정이 정치 제도를 강화하는 개혁인지, 아니면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한 민주주의 장치를 약화시키는 조치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왔다.
짐바브웨 교회 지도자들은 이번 성명에서 교회가 국민의 복지와 공동선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성명은 “교회의 역할은 국가가 의로움과 정의, 그리고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인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회 지도자들은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 모두가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보다 국가의 장기적인 안정과 공동선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짐바브웨의 헌법 개정 논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평화로운 대화와 공공의 토론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은 마지막으로 “국가의 미래는 공적 신뢰에 대한 정직함과 책임성, 그리고 공공 권력에 대한 성실한 관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를 거쳐 본격적인 심의와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짐바브웨 교회 지도자들은 입법 과정 전반을 계속 주시하면서 모든 헌법 개정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