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학생의 성 정체성 정보를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도록 한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정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퍼 큐리엄(per curiam) 의견에서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해당 정책에 반대해 온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줬다.
6대 3으로 내려진 이번 결정에 따라, 자녀의 동의가 없으면 학교가 성 정체성 정보를 부모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주(州) 정책에 대해 연방지방법원이 내린 금지명령이 효력을 갖게 됐다. 앞서 항소법원은 이 금지명령의 집행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종교적 면제를 요구한 학부모들이 “자유행사조항(Free Exercise Clause)에 따른 청구에서 본안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캘리포니아 정책은 부모가 자녀의 종교적 발달을 지도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어 엄격한 심사(strict scrutiny)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교사들이 제기한 유사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문은 해당 정책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 및 성소수자 이념에 반대하는 부모들의 자유행사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주 정부는 학생의 안전과 사생활 보호라는 중대한 이익을 주장하지만, 이 정책은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보호하는 1차적 보호자인 부모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대를 우려하는 경우에 한해 부모에게 성 정체성 정보를 제한하는 등 종교적 면제를 허용하는 방식으로도 안전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판결문은 “부모가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대한 1차적 권한을 가진다”며 적법절차(due process) 측면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권리에는 자녀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결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케이건 대법관은 대법원이 항소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긴급 구제 결정을 내린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항소법원이 동일한 쟁점을 심리 중임에도 대법원이 이를 기다리지 않고 개입했다”며 “왜 항소 절차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캘리포니아 정책이 자녀의 건강과 복지에 중대한 정보를 부모로부터 박탈함으로써 헌법적 한계를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사건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을 대리한 법률단체 토머스 모어 소사이어티는 이번 판결을 “한 세대 만에 가장 중요한 부모 권리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의 특별고문 폴 M. 조나는 “이는 미국에서 부모 권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라며 “주 정부가 부모 모르게 자녀의 성 전환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3년 두 명의 교사는 캘리포니아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학생이 원할 경우 선호 성별 정보를 부모에게 숨기도록 한 학군 정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학교에서 성 전환을 했지만 가족에게 해당 사실이 공유되지 않았던 학생들의 부모들도 소송에 합류했다.
2024년 캘리포니아주는 학생의 동의 없이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정보를 부모에게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12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로저 베니테스 판사는 주 교육부 정책에 대해 영구 금지명령을 내리며, 주 공무원들이 “미성년 자녀의 학교 내 성 표현과 관련해 부모를 오도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에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해당 금지명령의 집행 정지를 요청하며, 정책이 “취약한 트랜스젠더 및 성별 비순응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오랜 주법을 집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은 이후 집행 정지 요청을 받아들였고, 이에 학부모와 교사 측은 대법원에 긴급 상고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