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한국의 10대 기대주 최가온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두 차례의 실패와 경기 도중 부상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세계 최강자로 꼽히던 클로이 김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은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악천후 속 넘어짐, 다시 일어난 결선 무대
최가온은 13일 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대회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해 88.00점에 그친 미국의 클로이 김을 제치고 우승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 회전과 점프, 다양한 그랩 동작을 연속적으로 선보이며 기술 난이도와 완성도, 착지 안정성을 종합 평가받는 종목이다.
이날 경기장은 굵은 눈발이 이어지는 악천후 속에서 설질이 급격히 변했다. 많은 선수들이 속도 유지와 착지 타이밍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가온 역시 1차 시기에서 위기를 맞았다. 캡 1080 스테일피시 착지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며 보드가 턱에 걸렸고, 그대로 거꾸로 떨어졌다. 무릎과 허리, 머리 부위에 충격을 입고 한동안 눈 위에 누워 있었으나, 스스로 몸을 일으켜 보드를 타고 내려왔다.
현장 메디컬 팀의 진료를 받은 뒤에도 그는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2차 시기 출전을 두고 고민했지만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2차 시기에서도 첫 점프에서 넘어지며 점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1차 시기 10점, 2차 시기 실패로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다.
◈마지막 3차 시기, 완성된 기술로 쓴 역전 드라마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최가온은 침착하게 라인을 구성했다. 스위치 자세로 진입해 스위치 백사이드 900을 뮤트 그랩과 함께 안정적으로 성공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캡 720과 프론트사이드 900 멜론 그랩, 백사이드 900 스테일피시를 연속으로 연결했고, 마지막에는 프론트사이드 720 인디 그랩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각 기술은 난이도와 흐름 면에서 균형을 이뤘고, 착지 또한 안정적이었다. 심판단은 90.25점을 부여했다. 이는 1차 시기에서 88.00점을 기록하며 선두를 지키고 있던 클로이 김을 넘어서는 점수였다. 점수가 발표되자 최가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채 눈물을 흘렸다.
이번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동시에 한국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 나온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최연소 금메달 경신,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
2008년 11월생인 최가온은 이번 우승으로 또 하나의 기록을 작성했다. 클로이 김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운 이 종목 최연소 금메달 기록인 17세 10개월을 넘어, 17세 3개월의 나이로 새로운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숀 화이트와 히라노 아유무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배출해온 종목으로, 고난도 공중 기술과 강한 담력이 요구된다. 이 무대에서 최가온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클로이 김을 넘어섰다. 올림픽 3연패에 도전했던 클로이 김은 최가온의 마지막 연기에 밀려 왕좌를 내주게 됐다.
경기 직후 최가온은 “첫 올림픽에서 첫 메달이 금메달이어서 너무 행복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다치고 나서 떨리는 마음으로 3차 시기를 탔는데 잘 해내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친구들이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응원해줬다. 한국 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동받았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부상과 악천후,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끝에 완성한 이번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흐름을 바꾼 장면으로 기록됐다. 최가온은 금빛 도약과 함께 한국 스노보드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