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까지 병행하며 스노보드에 전념해 온 김상겸(하이원·37)이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끝에 마침내 포디움에 올랐다. 김상겸은 지난 8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벤야민 카를(오스트리아)에게 0.19초 차로 밀려 금메달을 놓쳤지만, 김상겸은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걸며 오랜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는 평창 대회에서 기록한 15위가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천식에서 출발한 운동 인생, 스노보드로 이어진 길
김상겸은 어린 시절 천식으로 고생하며 건강을 염려한 부모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육상을 했고,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체력 단련을 위해 시작한 운동은 점차 그의 인생을 건 도전으로 이어졌다.
2011년 한국체대 졸업 이후 실업팀을 찾지 못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는 비시즌마다 일용직 일을 하며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튀르키예 에르주름에서 열린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며 국제무대의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의 벽 앞에서 반복된 좌절
그러나 올림픽 무대는 김상겸에게 유독 높은 벽이었다. 처음 출전한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예선 17위에 그치며 단 0.51초 차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고, 후배 이상호가 은메달을 따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예선 24위에 머물며 다시 한 번 아쉬움을 남겼다.
네 번째 올림픽 무대인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역시 대회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김상겸은 이번 대회에서 예선 8위로 순조롭게 출발하며 반전을 예고했다.
◈강자들을 넘어 은메달까지
김상겸은 16강에서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대회 동메달리스트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제압했고, 8강에서는 시즌 월드컵 랭킹 1위를 달리던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꺾었다. 준결승에서는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와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테르벨 잠피로프(불가리아)를 넘어서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에서는 월드컵 랭킹 2위이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 금메달리스트인 디펜딩 챔피언 벤야민 카를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김상겸은 무엇보다 값진 은메달을 품에 안았다.
◈“가족과 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상겸은 시상식에서 ‘큰절 세리머니’를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멘털을 잡아준 아내에게 늘 감사하다”고 밝혔으며, 이날도 가족을 향한 고마움을 거듭 표현했다.
김상겸은 “마침내 해냈다. 가족과 팀원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정말 기쁘다”며 “토너먼트 첫 경기부터 실수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준비한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항상 믿어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은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가족들에게도 정말 고맙다. 특히 묵묵히 응원해 준 아내가 오늘 메달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처럼, 김상겸은 긴 기다림 끝에 꿈을 이뤄내며 당당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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