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터키 입국 금지된 기독교인 관련 20건 사건 심리 개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소재한 유럽인권법원. ⓒCherryX/Wikipedia.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국가안보 위협 인물로 분류돼 터키 재입국이 금지된 기독교인들과 관련된 20건의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심리 절차를 개시했다. 당사자들은 대부분 외국인 거주자로, 평화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이나 체류가 거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 법률 옹호 단체 자유수호연맹(ADF)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2019년 이후 내부 코드인 ‘N-82’와 ‘G-87’ 등을 활용해 최소 160명의 외국인 기독교인에 대해 입국 금지 또는 체류 허가 갱신 거부 조치를 내려왔다.

해당 조치를 받은 이들 가운데 다수는 범죄 전력이나 불법 행위 이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된 요소는 목회자, 교사, 선교사 등으로서 공개적인 기독교 예배나 사역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뿐이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번 사건들을 공동 사건으로 공식 회부(communicated)했으며, 이는 사안들이 서로 유사해 병합 심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재판소는 터키 정부에 공식 입장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ADF 인터내셔널의 법률 담당관 리디아 라이더는 “평화적인 예배와 교회 활동 참여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터키에서 19년간 거주한 기독교 사역자 데이비드 바일 역시 해당 코드 지정 이후 출국 조치를 받은 사례에 포함됐다. 또 약 40년간 터키에서 활동한 팸 윌슨과 데이브 윌슨 부부, 교회 콘퍼런스 참석 이후 N-82 코드가 부여된 레이첼·마리오 잘마 부부도 같은 조치를 받았다.

ADF 인터내셔널은 이번 재판 절차에서 4명의 신청인을 직접 대리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터키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고, 종교 자유 침해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의 학술 자료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ADF 인터내셔널 글로벌 종교자유 국장 켈시 조르지는 “이는 개별적 실수나 일회성 결정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수년간 미국, 영국, 독일, 한국, 중남미 및 유럽 각국 출신의 외국인 기독교인들이 비자 발급 거부 또는 추방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과 함께 장기간 터키에 거주했으며 범죄 기록이나 진행 중인 소송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개신교회협회가 발표한 ‘2024 인권 침해 보고서’는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임의의 입국 금지 코드가 부여된 인원이 13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누적 피해자는 총 303명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또한 터키 전역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협박, 차별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체크메쾨이 지역의 한 구세군 교회 건물을 향해 이동 중인 차량에서 총격이 가해졌고, 교회 간판을 철거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같은 달 말라티아에서는 한 기독교인 영어 교사가 교회 활동과 외국인 교류에 대한 경고를 받은 뒤 별다른 설명 없이 해고됐으며, 당국에 제기한 민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4년 한 해 동안 카이세리, 바흐첼리에블레르, 이즈미르 지역 교회들에서도 훼손, 위협, 시설 파손 사건이 보고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종교 홍보물 배포 허가가 거부됐고, 부활절과 성탄절 행사 초청이 취소되는 사례도 있었다.

보고서는 교회 지도자와 교인들을 겨냥한 소셜미디어상 비방과 혐오 표현 역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