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곳곳에서 ‘정교분리’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도 말하고, 언론도 말하며, 종교계 안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정교분리는 헌법에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이 말하는 정교분리는 단순합니다. 국가는 종교를 지배하지 말고, 종교는 국가 권력에 종속되지 말라는 원칙입니다.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종교인도 법 위에 있지 않습니다. 불법 정치자금, 횡령, 사기와 같은 범죄가 있다면 누구든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종교라는 이유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일부의 잘못을 이유로 종교 공동체 전체를 의심하거나 과도하게 통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몇 사람의 문제로 신앙의 자유까지 제한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침묵시키라는 법이 아닙니다. 종교인도 국민이며 시민입니다. 사회와 국가의 문제에 대해 양심에 따라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는 정치 개입이 아니라 시민의 표현의 자유입니다.
문제는 방식입니다. 불법과 편법, 조직적 거래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이런 행위는 종교 이전에 범죄이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반면, 설교의 내용이나 신앙의 본질까지 국가가 판단하려 한다면, 그 사회는 위험해집니다. 신앙은 권력의 관리 대상이 아니라 보호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정교분리는 종교를 약하게 만드는 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종교를 지키는 울타리입니다. 국가 권력이 신앙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막는 헌법적 장치입니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다양한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원칙 덕분입니다.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사회적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불법에는 단호하고, 운영은 투명하게 하며, 신앙의 자유는 확실히 보장해야 합니다. 동시에 정부와 종교계는 갈등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정교분리는 대립을 위한 원칙이 아닙니다. 공존을 위한 약속입니다. 정치인도, 종교인도,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야 할 헌법의 가치입니다.
#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