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일

[신간] 시선
도서 「시선」

<시선>은 앞을 향해 질주하는 삶보다, 오래도록 뒤돌아보며 살아온 한 인간의 내면 여정을 담담하게 따라가는 영적 산문집이다. 저자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진 얼굴들, 말하지 못한 마음과 선택의 갈림길들을 더듬으며 묻는다: "우리가 보았다고 믿어온 삶의 장면들 속에서, 실은 먼저 바라보아지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책은 황혼의 거리와 불을 끈 빵집의 밤,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옆모습 같은 일상의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 시선은 언제나 앞을 향해 있었으되, 이상하게도 저자에게는 자신과 어머니에게 머물러 있는 듯 느껴진다. 의심이 아니라 확신에 가까운 감각, 선택의 이면에 이미 나를 알고 계신 분의 묵묵한 눈길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시선>에 담긴 이야기는 특별함을 자처하지 않는다. 가난과 상처, 흔들림과 오판, 가족의 아픔과 시대의 폭력, 엇갈린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었던 마음까지 숨김없이 기록한다. 그럼에도 이 기록이 증언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다. 모든 불완전함 속에서도 끝내 떠나지 않았던 한 시선, 그 은혜의 지속성이다.

책 속 ‘프롤로그’는 인상적인 비유로 독자를 맞는다. “빗줄기가 인생이라면 비를 맞는 코스모스는 은혜 속의 인간.” 거센 폭우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도록 꽃대를 붙드는 보이지 않는 거룩한 손, 저자는 그 힘을 은혜라 부른다. 인간의 존재가 스스로의 기획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목적에 근거한 선물임을, 그리고 죄로 인해 난파된 인생이 다시 건져 올려지는 길이 예수 그리스도 안의 은혜임을 차분히 풀어낸다.

<시선>은 독자에게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잠시 멈추어 자신의 삶을 바라보도록 초대한다. 설명되지 않는 따뜻한 눈길이 자신의 삶에도 머물러 있었음을, 우리가 붙들고 있다고 믿었던 삶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붙들려 있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들 속에서, 이 책은 기억을 깨우는 작은 표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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