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서 가톨릭 의식 참여를 거부한 개신교 목사가 지역 당국에 의해 수일간 구금된 뒤 공동체에서 강제로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해 종교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종교자유 옹호 단체 크리스천솔리더리티월드와이드(CSW)는 오악사카주 산후안 마사틀란 시 산티아고 말라카테펙 마을에서 개신교 목사 마리아노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가 가톨릭 교회 의식 참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고 밝혔다.
CSW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15일 발생했다. 지역 가톨릭 주민들은 마을의 로마가톨릭 축제 일환으로 성 야고보 상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무릎을 꿇고 기도할 것을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 목사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의식이 자신의 신앙과 맞지 않는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앞서 그는 공동체 내 직책을 맡으며 축제와 관련해 촛불과 꽃을 제공하는 역할까지만 수행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무시한 지역 당국, 마을 총회 열어 추방 결정
CSW는 목사가 의식을 거부하자 축제 관계자가 이를 문제 삼아 마을 지도자들에게 항의했고, 이후 지역 당국이 기존 합의를 무시한 채 그를 닷새간 구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밧줄에 묶인 채 약 180명의 남성이 참석한 마을 총회에 끌려 나갔으며, 이 자리에서 마을 당국은 목사를 공동체에서 추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역 당국은 목사에게 공동체에서 떠난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CSW는 해당 문서 사본이 목사에게 제공되지 않았으며, 당국이 이를 자발적 이주로 위장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 목사와 그의 아내, 생후 3개월 된 아기는 오악사카시의 친척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는 상태다.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 목사는 지난 2023년 이전 담임목사가 강제 추방된 이후 산티아고 말라카테펙에서 25명 규모의 ‘이글레시아 카미노 누에보 이 비보’ 교회를 이끌어 왔다고 CSW는 설명했다.
강제이주 처벌법 제정 이후에도 실효성 논란
CDI는 이번 사건이 오악사카주 의회가 지난해 9월 강제이주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이후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은 강제이주 가해자에게 10년에서 18년의 징역형과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악사카주는 치아파스, 게레로, 시날로아, 사카테카스에 이어 관련 법을 제정한 다섯 번째 주다.
CSW는 오악사카주에서 발생하는 강제이주 사건의 약 절반이 종교적 불관용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지역 당국이 추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목회자 연합 대표이자 변호사인 포르피리오 플로레스 수니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새로 제정된 강제이주법을 적용할 것을 오악사카주 검찰과 주 정부에 촉구했다.
플로레스 수니가는 산티아고 말라카테펙 마을 당국자인 멜키아데스 카스트로와 안드레스 레테스를 상대로 직권남용과 자의적 조치 혐의로 형사 고발을 제기했으며, 오악사카주 인권옹호기구에도 진정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월 19일 기준으로 당국의 구체적인 조치는 없었으며, 이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관용 문제를 다루는 국가 대응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자유 보장과 관습법 충돌 지적
CSW의 안나 리 스탱글 옹호국장은 성명을 통해 벨라스케스 마르티네스 목사의 구금과 가족에 대한 강제이주 조치가 양심에 반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이 국제 인권 규범은 물론 멕시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국가와 지방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헌법은 ‘관습과 관행(Uses and Customs)’ 조항을 통해 원주민 공동체가 고유한 문화와 전통, 자치 방식을 따를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행이 헌법과 국제협약에서 보장하는 인권과 충돌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CSW는 실질적으로 연방·주·지방 정부 차원에서 종교의 자유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SW는 다수 종교가 소수 종교에 종교적 획일성을 강요하는 구조가 일부 공동체에서 지속되며, 이로 인해 다른 신앙을 선택한 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악사카주는 멕시코 내에서도 종교의 자유 침해 사례가 가장 빈번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한편 멕시코는 오픈도어즈가 발표한 ‘2026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WWL)’에서 30위에 올랐다. 보고서는 멕시코 전역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으로 인해 교회 지도자와 기독교인이 위협받고 있으며, 특히 원주민 공동체에서 전통 신앙을 떠나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이 조상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돼 적대적 시선에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