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여전히 말하기 어려운 주제다. 특히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서 ‘죽음’은 종종 회피되거나 모호한 위로의 언어로 덮여 왔다. 그 결과 많은 신자들은 죽음을 신앙의 눈으로 이해하고 준비하기보다, 불확실한 정보와 비성경적 관점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가이 프렌티스 워터스(Guy Prentiss Waters)의 신간 <마지막 원수, 죽음을 마주할 때>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복음 위에 굳게 선 분명한 신학적 좌표를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성경이 죽음을 “마지막 원수”로 규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미 이 원수의 권세가 깨졌다는 복음의 중심 진리를 차분히 풀어낸다.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감정적 격려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이 인간의 타락에서 비롯된 비정상적 현실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의 부활이 신자에게 영원한 생명과 궁극적인 승리를 보장한다는 사실을 교리적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막연한 위안이 아닌, 확고한 신앙의 근거 위에서 죽음을 이해하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죽음 이후에 대한 기독교 신앙의 핵심 주제들인 중간 상태, 마지막 심판, 몸의 부활, 천국과 지옥을 성경적으로 정리한다. 연옥이나 사후의 또 다른 기회와 같은 비성경적 개념을 분명히 배제하고, 오직 그리스도의 의가 전가된 신자가 죽는 즉시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다는 복음의 확신을 강조한다. 저자는 “그리스도는 죽음의 경험이 아니라 죽음의 두려움을 제거하셨다”고 말하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에게 죽음이 더 이상 속박이 될 수 없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마지막 원수, 죽음을 마주할 때>는 교리서에 그치지 않고 삶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죽음을 앞둔 이를 어떻게 섬길 것인지,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연명 치료와 장례 준비, 재산 정리와 같은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성경적 원리와 지혜를 제시한다. 저자는 위로를 값싼 말로 대체하지 않는다. 대신 진리의 언어로 슬픔을 감당하도록 돕고, 함께 있어 주는 것 자체가 깊은 돌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부활과 최후 심판, 천국과 지옥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죽음 너머의 소망이 현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조명한다. 부활에 대한 분명한 시각은 삶을 허무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직업과 관계, 교회 안의 섬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나아가는 삶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메시지다.
이 책은 죽음 앞에서 신앙의 확신을 붙들고 싶은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장례·위로·병상 사역을 담당하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 슬픔 가운데 있는 성도와 그 곁을 지키는 돌봄 사역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죽음을 외면하는 문화 속에서 『마지막 원수, 죽음을 마주할 때』는, 그리스도의 승리를 굳게 붙들고 담대하게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도록 이끄는 신뢰할 만한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