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성 교수의 교회행정 가이드⑤] 자유를 살리는 하나님의 행정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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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성 박사

많은 교회에서 성령운동과 질서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처럼 이해된다. 성령의 역사는 자유롭고, 질서는 그 자유를 제한하는 장치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에서는 “질서”라는 이름으로 성령의 역사를 억누르고, 또 어떤 공동체에서는 “성령의 자유”를 말하며 모든 구조를 무시한다. 그러나 성경은 이 두 가지를 대립시키지 않는다. 성령운동과 질서는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필요로 한다.

1. 성령은 혼란의 영이 아니시다.

사도 바울은 성령의 은사가 가장 활발하게 나타났던 고린도교회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 14:33)

고린도교회는 성령의 은사가 넘치는 교회였다. 방언, 예언, 치유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그러나 그 은사가 질서 없이 사용될 때, 은혜는 유익이 아니라 혼란이 되었다. 바울은 은사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사가 공동체를 세우는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분명한 질서를 제시했다.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라”(고린도전서 14:40)

이 행정질서는 성령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성령의 역사가 모든 사람에게 유익이 되도록 돕는 원리였다.

2. 행정질서는 성령의 자유를 죽이지 않는다.

정질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질서가 자유를 억압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성경적 관점에서 보면, 질서는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예배에 아무런 질서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힘센 사람이 공간을 장악하며, 연약한 사람은 침묵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성령의 역사는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왜곡된 자유가 된다.

바울은 “두세 사람이 예언하고 다른 이들은 분별하라”고 말한다. 이는 성령의 음성을 공동체 안에서 함께 분별하도록 하는 참여적 질서다. 행정질서는 카리스마를 독점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였던 것이다.

3. 성령운동의 역사와 행정질서의 공존

교회사 속의 건강한 성령운동은 언제나 일정한 행정질서와 함께 했다. 초대교회는 은사와 직분을 함께 세웠다. 종교개혁은 성령의 자유와 말씀의 규범을 동시에 붙들었다.

웨슬리 운동은 성령 체험과 조직행정을 병행했다. 웨슬리는 성령운동이 방종으로 흐를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규칙, 점검, 보고, 책임을 행정제도화했다. 그 결과, 웨슬리 운동은 사회 변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4. 행정질서를 거부할 때 찾아오는 위험

질서를 경시하는 성령운동은 다음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1) 은사의 남용은 개인 체험이 절대화된다
2) 지도자의 독점에 검증 없는 권위가 생긴다
3) 공동체의 피로로 인해서 감정 소모가 커진다
4) 지속성의 상실로 인하여 성령운동이 오래가지 못한다

이러한 모습은 성령이 강해서가 아니라, 질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5. 질서 없는 교회, 행정 없는 성령운동은 위험

질서 없는 공동체에서 행정은 자연스럽게 무시된다. 그런데 행정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성령이 아니라, 감정과 힘의 논리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건강한 질서가 있는 교회는 성령의 은사가 억눌리지 않는다. 오히려 안전하게 사용되고, 성도를 세우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므로 교회행정은 결코 성령의 반대편에 서 있지 않다. 행정은 성령의 역사가 지속되도록 돕는 튼튼한 구조다.

6. 성령과 행정질서가 만날 때 교회는 살아난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는 두 가지 극단이 공존한다. 행정질서는 있지만 생명이 없는 교회, 그리고 생명은 있지만 행정질서가 없는 교회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교회는 이 둘 중 하나가 아니다. 성령으로 살아 있으면서, 행정질서로 세워진 교회. 이것이 사도 바울이 꿈꾸었고, 웨슬리가 실천했던 교회의 참 모습이다.

성령운동과 행정질서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둘은 같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동역자다. 질서는 성령의 불을 끄는 물이 아니다. 질서는 그 불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키는 화로다. 이 진리를 회복할 때, 교회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화평의 하나님이시니라”(고린도전서 14:33)

“모든 것을 품위 있고 질서 있게 하라”(고린도전서 14:40)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한국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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