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카두나주 남부 지역에서 교회 예배 중 대규모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주정부와 경찰은 관련 사실을 부인하며 진위 공방이 확산되고 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교계 지도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다수의 교인이 무장세력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고 증언했으나, 당국은 공식 접수된 사건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카두나주 카주루(Kajuru) 지방정부 관할 쿠르민 왈리(Kurmin Wali) 마을 일대에서 풀라니(Fulani) 무장 민병대로 추정되는 세력이 교회 예배가 진행 중이던 3곳의 교회를 동시에 습격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지역 대표와 교계 인사들에 따르면 무장 괴한들은 예배 도중 교인들을 인질로 붙잡은 뒤 인근 수풀 지역으로 강제로 이동시켰다.
납치 규모 두고 엇갈린 주장…100명 이상에서 170명대까지
CDI는 납치된 인원의 규모를 두고는 엇갈린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두나주 의회 지역구 의원인 우스만 단라미 스팅고(Usman Danlami Stingo)는 외신에 177명이 납치됐고 이 중 11명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반면 연방 하원 카주루·치쿤(Kajuru/Chikun) 지역구의 펠릭스 바구두(Felix Bagudu) 의원은 지방정부 관계자들과의 브리핑 이후 납치 인원이 100명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전했다.
북부 나이지리아 기독교협회(CAN) 회장인 조지프 존 하얍(Joseph John Hayab) 목사는 언론에 최소 172명의 기독교인이 세 교회에서 납치됐으며 이 가운데 9명이 탈출했다고 밝혔다. 하얍 목사는 교회 지도자들로부터 받은 연락을 인용해 무장세력들이 예배 중인 교회에 난입해 신자들을 붙잡아 숲으로 끌고 갔다고 설명했다.
생존자 증언 잇따라…무장 괴한, 군복 차림과 검은 복장 혼재
사건 발생 지역인 쿠르민 왈리의 아파고(Afago) 구역은 마로(Maro) 마을 남쪽 약 13km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인근 서쪽에는 다수의 인질이 억류된 수용지가 존재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소재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매체 트루스 나이지리아(Truth Nigeria)는 목격자들을 인용해 공격자들이 무장한 풀라니 민병대였다고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탈출한 한 에큐멘컬 교회(Evangelical Church Winning All·ECWA) 교인은 오전 10시께 총성이 울렸고, 괴한들이 예배자들에게 바닥에 엎드리라고 지시한 뒤 집단 이동을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일부 공격자들은 검은 로브와 터번을 착용했으며, 일부는 허름한 나이지리아군 위장복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0세 아들과 함께 창문을 통해 탈출했다고 밝혔다.
교회 지도자들 우려 표명…“한 주일 아침 대규모 납치는 충격적”
카두나주 현지 목회자인 케네스 오노네제(Kenneth Ononeze) 목사는 단일한 주일 예배 시간에 이처럼 많은 인원이 납치됐다는 주장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실제 구조 작업에 나서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기독교인 대상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드온 파라-말람(Gideon Para-Malam) 목사는 이번 공격이 가톨릭 교회와 ECWA 교회, 오순절 계열인 체루빔-세라핌 교회를 겨냥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 곳의 교회가 동시에 포위됐으며, 고령자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일부 교인만 현장에서 풀려났다고 전했다.
경찰·주정부는 전면 부인…“신고 접수조차 없어”
반면 카두나주 경찰은 사건 자체를 부인했다. 무함마드 라비우(Muhammad Rabiu) 카두나주 경찰청장은 언론에 해당 지역에서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는 어떤 공식 보고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납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다면 구체적인 이름과 신원을 제시해야 한다며, 관련 보도는 허위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기독교 연대 단체인 크리스천 솔리더리티 월드와이드 나이지리아(CSW)가 납치된 교인들의 예비 명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CSW 관계자들은 가족들에게 먼저 사실을 알린 뒤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조사 차단 논란…군·행정 차량이 접근 막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CSW 조사단과 다른 인권 활동가들이 쿠르민 왈리 마을로 이동하던 중 군과 지방정부 차량에 의해 길이 차단됐으며, 현장 접근이 제한됐다. CSW 나이지리아 대변인 루벤 부하리(Reuben Buhari)는 조사단이 전화로 교회 관계자들과 연락을 취했으며, 이들이 무장세력이 교인들을 집단으로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이후 일부 고령 여성과 어린이들이 풀려났고, 추가로 11명이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1월 19일 주정부 청사에서 열린 회의 이후 지방 당국과 보안 관계자들은 언론에 납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당국은 해당 보도를 공포 조장으로 규정했다.
지역 지도자와 시민단체는 납치 사실 주장 지속
AP통신은 쿠르민 왈리 마을의 촌장 이샤쿠 단아주미(Ishaku Dan’azumi)가 자신 역시 탈출한 생존자 중 한 명이라며,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음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납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치쿤·카주루 적극 시민회의(CKACC)도 인질 명단을 공개했으나, 해당 명단은 독립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나이지리아 기독교협회(CAN) 역시 납치자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현지 고위 기독교 지도자가 익명을 전제로 밝혔다.
풀라니 무장세력 폭력, 나이지리아 전역으로 확산
CDI는 이번 논란이 나이지리아에서 지속되고 있는 풀라니 무장세력과 기타 무장단체에 의한 민간인 공격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종교자유 감시기구(ORFA)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풀라니 무장세력과 연계된 집단은 보코하람과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보다 더 많은 민간인을 살해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6 세계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서도 나이지리아는 기독교인이 신앙으로 인해 가장 많은 희생을 겪는 국가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전 세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 4,849명 중 3,490명이 나이지리아인이었다.
영국 의회 국제종교자유 초당적 그룹(APPG)은 일부 풀라니 집단이 급진 이슬람 이념을 따르며 기독교 공동체와 상징적 교회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북서부 지역에서 말리 기반의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연결된 신규 무장단체까지 등장하며 폭력 사태가 남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