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덕수 전 총리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 인정… 12·3 비상계엄 “명백한 내란”

국무회의 소집 관여·국회·선관위 봉쇄 판단… 형법 87조 첫 본안 적용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이 12·3 비상계엄을 형법상 내란으로 명확히 규정하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법 제87조 내란죄 성립 여부를 본안에서 직접 판단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열린 한 전 총리의 1심 선고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한 행위는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며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원 “비상계엄, 위헌·위법 넘어 헌법 질서 파괴 목적 인정”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비상계엄의 성격에 대해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위헌·위법한 계엄”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계엄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의회 민주주의,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 헌법 질서를 소멸시키려는 목적에서 발령됐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군 병력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관위를 점거하고 출입을 통제하며 압수·수색을 벌인 행위에 대해 “다수인이 결합해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란죄 성립 요건 가운데 하나인 폭동성도 충족된다는 취지다.

◈국무회의 외관 형성·계엄 저지 부작위 등 책임 인정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이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국무위원 출석을 독촉해 계엄의 절차적 정당성 외관을 형성하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원격 영상회의 방식으로 전 부처 국무위원을 소집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안하지 않았고, 일부 장관만 선별적으로 소집하는 과정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정족수 충족을 위해 장관들의 출석을 재촉하면서도 소집 이유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계엄 국무회의가 정상적인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비상계엄 선포를 저지하지 못한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계엄 선포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됐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단전·단수 조치 이행 방안을 논의했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 이후에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

◈‘방조’ 아닌 ‘중요 임무 종사’… 공소장 변경 적법

한 전 총리는 당초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 요청에 따라 특검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재판부는 “내란죄는 관여자를 우두머리, 지휘자, 중요 임무 종사자로 처벌할 뿐 방조범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며 “초기 적용된 방조 혐의는 범죄로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소장 변경의 적법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범행의 주체와 시기, 장소, 구체적 행위가 동일해 방어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한 전 총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단순히 범행을 돕는 수준을 넘어, 내란 계획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긴 인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내란죄 첫 본안 판단… 향후 재판에 미칠 영향 주목

앞서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국무위원 계엄 심의권 침해’ 사건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부정선거 수사단 구성’ 사건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며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만 형법상 내란죄 조항을 본안에서 직접 적용해 판단한 것은 이번 한 전 총리 사건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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