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성경 판매 급증… 2025년 역대 최고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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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영국과 미국에서 성경 판매가 최근 수년 사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2025년 성경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도 같은 해 성경 판매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독교 출판사 영국기독교지식증진회(SPCK, Society for Promoting Christian Knowledge)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국 내 종이 성경 판매량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106% 증가했다. 특히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연간 성장률은 27.7%에 달했으며, 크로스웨이(Crossway)가 출판한 영어표준역(ESV) 성경이 가장 많이 판매된 번역본으로 집계됐다.

금액 기준으로 보면, 영국의 성경 판매액은 2019년 269만 파운드(약 360만 달러)에서 2025년 630만 파운드(약 840만 달러)로 증가해 5년간 361만 파운드(약 480만 달러)의 성장 폭을 보였다. 이는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1년 동안 증가한 27만7,188파운드(약 37만 달러)와 비교할 때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SPCK는 이번 수치가 연령대를 아우르는 인쇄 성경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종교적·영적 질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SPCK의 최고경영자(CEO) 샘 리처드슨은 프리미어 크리스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경 판매의 뚜렷하고 지속적인 증가 추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을 스스로 탐구하며 그 진리에 대해 직접 결론을 내리려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이 자신이 ‘조용한 부흥(Quiet Revival)’이라고 부르는 현상의 조짐이 처음으로 나타난 해였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발표된 유고브(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18~25세 응답자 중 49%가 초월적 존재 또는 더 높은 힘을 믿는다고 답했다. 리처드슨은 이러한 수치가 문화적 변화의 신호라고 해석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 세계적 분쟁, 인공지능의 부상, 정신건강 위기 등 정치·사회적 격변 속에서 사람들은 의미와 영성에 대한 질문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SPCK는 여러 기독교 출판 브랜드의 모회사로, 영국 내 최대 규모의 종교 출판사 중 하나다. 2025년 수치는 SPCK가 전국 단위로 성경 유통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미국에서도 성경 판매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출판 시장 조사기관 서카나 북스캔(Circana BookScan)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미국에서 판매된 성경은 1,900만 부로 집계됐다. 서카나의 미국 담당 디렉터이자 산업 분석가인 브레나 코너는 퍼블리셔스 위클리에 “2025년은 미국 성경 판매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해”라며 “2024년 대비 12% 증가했고,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5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성인용 성경은 B&H 출판사가 출간한 ‘더 인비테이션 신약(The Invitation New Testament)’이었다.

코너는 “미국에서 종교 콘텐츠에 대한 관심 증가는 희망과 공동체를 찾으려는 더 큰 흐름을 반영한다”며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소비자들이 안정과 위로의 원천으로 신앙 기반 자료를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 출판사들은 학생과 청년층 사이에서 종교 서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판매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대학 캠퍼스와 교회 소그룹에서 전해진 현장 보고에 따르면, 특히 성경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 사이에서 디지털보다 인쇄본 성경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4년 미국에서 성경 판매는 전체 인쇄 도서 시장보다 훨씬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서카나 북스캔에 따르면, 2024년 첫 10개월 동안 미국 전체 인쇄 도서 판매는 1% 미만 증가에 그친 반면, 성경 판매는 같은 기간 22% 증가해 1,370만 부에 달했다. 이는 2023년 전체 판매량인 1,420만 부에 근접한 수치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출판사들이 이 같은 성경 판매 급증의 배경으로 사회적 불안감, 영적 관심의 재점화, 그리고 전략적인 마케팅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복음주의기독교출판협회(ECPA) 회장 제프 크로스비는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불안, 혹은 자녀와 손주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선거 주기 등 여러 요소가 맞물리면서, 결국 ‘우리가 괜찮을 것인가’에 대한 확신을 갈망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