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법 역사 78년 만에 검찰청이 폐지되고, 그 자리를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정부는 12일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을 통해 오는 10월 신설될 두 기관의 역할 분담과 인력 구성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기존 검찰이 보유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여 각각 독립된 기관에 부여함으로써 권력의 집중을 막고 상호 견제를 유도하는 데 있다.
정부가 마련한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안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각각 설치된다. 중수청은 기존 검찰이 담당하던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하며, 공소청은 수사기관으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의 공소 제기와 유지 업무만을 맡게 된다. 이러한 이원화 구조는 수사를 개시한 기관이 스스로 수사를 종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개편의 기본 방향에 대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여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인 수사 체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행안부와 법무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안을 오는 26일까지 입법예고하며 국민과 관계 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중수청 9대 중대범죄 수사 전담… 법률가와 전문수사관 이원화 조직 구성
행정안전부 산하에 들어서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범위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범죄 등 이른바 '9대 중대범죄'로 확정됐다. 정부는 기술유출이나 국제 마약밀수, 대규모 해킹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범죄의 세부 죄명을 대통령령을 통해 구체화하여 수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또한 공소청이나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의 비위 사건 역시 중수청의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자정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중수청의 인적 구성은 법률가 중심의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된다. 이러한 독특한 체제는 기존 검찰의 직접 수사 인력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조직의 조기 안착을 돕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법리적 판단이 필수적인 중대범죄의 특성상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안목이 현장 수사와 결합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력 구성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수사관이 수사사법관으로 전직하거나 고위직에 임용되는 데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는 조직 내부의 활력을 높이고 수사 전문성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다. 타 수사기관과의 관할 경합 문제에 대해서는 중수청이 이첩을 요청하거나 사건을 보낼 수 있도록 규정하여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했으며, 공수처 사건의 경우 공수처장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갈등 소지를 줄였다.
◈공소청의 기소 전담 기능 명확화와 정치적 중립성 확보 위한 통제 강화
법무부 산하 공소청은 철저히 공소 전담 기관으로 재편된다.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에서 '범죄수사'와 '수사개시' 항목을 삭제하고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1호 직무로 명시함으로써 수사권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 다만 보완수사권 허용 여부 등 실무적인 쟁점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반영될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개편이 국민의 일상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내외부 통제 장치도 대폭 강화된다. 각 고등공소청에는 사건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영장 청구나 기소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또한 검사의 적격심사위원회 구성 시 외부 추천 위원 비율을 높여 객관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특히 검사의 정치 관여를 엄격히 차단하기 위해 관련 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구체적인 금지 행위 양태를 법령에 명시하여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번 법안이 수사와 기소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중수청의 인력 이원화 구조가 사실상 '제2의 검찰'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법률가 중심의 수사사법관이 조직을 주도할 경우 경찰 등 외부 우수 인력의 수혈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이러한 논의를 포함해 신속한 입법 절차를 밟아 10월 2일 예정된 출범 기한을 차질 없이 맞추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