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보고르군 종골 지역 수카시르나 마을에서 한 개신교 교회가 성탄절 예배를 둘러싸고 지역 사회의 압박과 논란에 직면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복음선교교회(GMII) 베들레헴교회를 이끄는 이리안토 부디 목사는 성탄 전날인 지난 12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지역 이슬람 단체가 주도한 회의에 초청돼 성탄절 예배 취소를 요구받았다. 이 회의에는 일부 지역 행정 관계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참석했으며, 외부 강경 이슬람 단체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을 이유로 예배 중단을 주장했다.
해당 교회는 교인 수 약 70명 규모의 소규모 공동체로, 이미 성탄절과 성탄 다음 날 예배를 위한 공식 허가를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회의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위협의 성격이나 가해 주체를 밝히지 않은 채, 성탄절 예배뿐 아니라 연말과 신년 초 예배 일정까지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목사는 정기적인 주일 예배만은 허용된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압박 속에서의 발표와 예정대로 진행된 성탄절 예배
CDI는 논란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리안토 부디 목사는 지역 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탄 전날 교회 측이 예배를 취소하기로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 내용의 발언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강경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임시적 조치였다는 것이 이후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교회는 계획대로 성탄절 전야와 성탄 당일 예배를 모두 진행했다.
부디 목사는 자신이 촬영된 영상에서 외교적이고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한 것은 감정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발언이 강압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졌음을 인정하면서도, 지역 사회의 추가적인 긴장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이슬람 단체의 공개적 지지와 연대 확산
CDI는 이번 사안이 예상과 달리 지역 내 주요 이슬람 단체들의 공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최대 이슬람 문화단체인 나흐들라툴 울라마(NU)와 두 번째로 큰 무함마디야 소속 지역 지도자들은 성탄절 예배를 막으려는 시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 단체는 "종교 간 공존과 상호 존중의 가치를 강조하며, 교회의 예배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리안토 목사는 이러한 지지에 대해 지역 사회 내 종교적 연대 의식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무슬림 이웃들의 연대와 격려가 교회 공동체에 큰 힘이 됐으며, 위협 속에서도 예배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고 전했다.
공개된 서한과 갈등의 확산 경로
갈등의 발단은 성탄절을 앞두고 교회 측이 지역 경찰에 보낸 보안 요청 서한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리안토 목사는 소수 종교 공동체가 대규모 종교 행사를 진행할 경우 관례적으로 경찰에 안전 조치를 요청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서한이 경찰서가 아닌 마을 행정 사무소에 전달됐고, 이후 제3자에 의해 외부로 공개되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이 서한이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지자, 일부 이슬람 단체와 해당 서한을 유출한 인물이 중심이 돼 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예배 취소 압박이 본격화됐다. 예배 금지 소식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동시에 종교적 관용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공론화됐다.
시민단체들 “행정 사안 넘어 헌법적 권리 문제”
인도네시아 시민사회 단체들도 이번 사안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모두를 위한 인도네시아 운동(PIS)’은 교회와 반대 측, 그리고 일부 행정 당국 간의 회의가 투명한 법적 절차나 사법적 판단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해당 사안을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헌법적 권리 침해 사안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헌법이 모든 시민에게 종교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마을 행정 당국이나 공공질서 기관이 개인이나 단체의 예배를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종교·예배 자유 옹호 연합체는 종교부가 직접 개입해 갈등을 중재할 것을 촉구했다.
당국의 대응과 향후 예배 보안 강화 약속
논란이 확산된 이후, 수카시르나 마을 촌장은 24일 오후 이리안토 목사를 만나 성탄절 예배가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경찰도 연말에 교회를 방문해, 성탄절과 연말연시, 그리고 중국 설 명절 기간 동안 모든 종교 행사를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리안토 목사는 "경찰 당국이 연말과 신년 예배에 대해 강화된 경비를 약속했으며, 이는 교회 공동체에 일정 부분 안도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보수화되는 종교 환경 속 교회가 직면한 과제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는 전반적으로 이슬람 보수화 경향이 강화되고 있으며, 전도 활동을 하는 교회들이 극단주의 단체의 표적이 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번 서자바 지역 성탄절 예배 논란 역시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발생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