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팔레스타인인” 문구 둘러싼 논란…타임스퀘어 성탄절 광고에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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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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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등장한 성탄절 메시지, 국제적 논쟁으로 확산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예수는 팔레스타인인(Jesus is Palestinian)”이라는 문구가 담긴 성탄절 광고가 등장해 현지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뉴시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예수는 팔레스타인인(Jesus is Palestinian)”이라는 문구가 담긴 성탄절 광고가 등장해 현지와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확산됐다. 해당 광고는 성탄절을 앞둔 25일(현지시간) 공개됐으며, 관광객과 시민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정치적·종교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광고는 미국 아랍인 차별 반대 위원회(ADC, American-Arab Anti-Discrimination Committee)가 기획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광판에는 “예수는 팔레스타인인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문구와 함께 이슬람 경전 코란에 등장하는 예수의 탄생 구절이 아랍어와 영어로 병기돼 게시됐다. ADC는 가자지구를 둘러싼 현재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이번 광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베들레헴의 지리적 위치 강조한 ADC의 설명

광고를 기획한 ADC는 예수가 태어난 것으로 전해지는 베들레헴이 현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예수의 지리적·문화적 배경을 조명하려 했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성경 기록에 근거해 예수의 출생지가 오늘날 팔레스타인 지역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의 역사적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ADC는 이번 캠페인이 특정 종교를 겨냥하거나 신학적 주장을 펼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 내 기독교·아랍·무슬림 공동체가 서로 공유하는 역사적·문화적 접점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성탄절이라는 상징적인 시기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공통분모를 부각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장 방문객과 온라인에서 제기된 비판

그러나 광고가 공개된 이후 현장 방문객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타임스퀘어를 찾은 영국인 관광객 샘 킵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와 같은 국제 정세 속에서 이런 메시지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친팔레스타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문구”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서도 해당 광고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이를 두고 “정치적 브랜딩에 불과하다”, “종교적 상징을 이용해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특히 예수가 유대인으로 태어났으며, 당시 해당 지역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던 유대 지역이었을 뿐 현대적 의미의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맥락을 지적하는 주장도 이어졌다.

ADC의 해명과 대화의 필요성 강조

논란이 커지자 ADC는 이번 광고가 논쟁을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ADC 전국 사무총장 아뎁 아유브는 데일리메일을 통해 “이 광고의 목적은 미국 사회에서 기독교인, 아랍인, 무슬림 공동체가 서로의 문화와 역사적 공통점을 인식하도록 돕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아유브 사무총장은 “논쟁을 통해서라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사회적 담론의 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 있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이어 예수의 유대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제”라며 “예수는 특정 집단에만 속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 안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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