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오늘날에도 그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교회 역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이기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있으면 네가 있고, 네가 있으면 내가 있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문제를 경험한다. 혈육 간에도, 부부 사이에서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영역에서도 수많은 갈등과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성경 본문 역시 이러한 갈등의 한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롯과 아브라함 사이에 발생한 갈등
아브라함과 롯 사이에도 갈등이 생겼다. 아브라함은 고향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을 거쳐 가나안 땅에 이르렀다. 그는 형제 나홀과 하란을 두고 있었는데, 하란은 아들 롯을 낳은 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데려다 아들처럼 키웠고, 함께 고향을 떠나 가나안 땅에 머물게 된다.
아브라함이 거주하던 가나안 땅에는 이미 가나안 사람과 브리스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한정된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양과 소를 기르다 보니 생활 여건은 점점 어려워졌고, 그 결과 아브라함의 가축을 치는 자들과 롯의 가축을 치는 자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나게 됐다.
이때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불러 말한다. 우리는 한 혈육이요 친족이니 서로 다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면, 롯이 먼저 선택하도록 양보하겠다고 제안한다.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고,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겠다”는 그의 말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었다.
오늘날의 현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으로는 여야 간의 대립이 이어지고, 사회적으로는 지위와 지역, 이해관계의 차이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고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의 입장에서 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갈등은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되기도 하지만, 관계 속에서는 집단과 집단 사이의 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학자들 가운데에는 이를 심리적 요인에 따른 갈등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구조적인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더 많다. 본문 6절이 말하듯, 그 땅이 그들의 동거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은 소유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땅이 그들의 동거함을 용납하지 못하였으니 이는 그들의 소유가 많아 동거할 수 없었음이라.” 만일 그들의 양 떼가 적었다면 함께 머물 수 있었겠지만, 풍요가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되었음을 본문은 보여 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는 많은 문제 역시 인간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교육, 교통, 환경, 기후 문제까지 다양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 속에는 동시에 유익도 존재한다.
잠언은 소가 없으면 외양간이 깨끗하다고 말하지만, 소로 말미암아 얻는 유익이 크다고도 말한다. 자녀가 없으면 부모는 편할지 모르지만, 자녀를 통해 누리는 기쁨과 보람 또한 크다. 이처럼 세상에는 많은 갈등과 고민이 존재하지만, 그 갈등을 통해 함께 유익을 나눌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갈등 해결을 위한 아브라함의 선택
아브라함은 구조적인 갈등 앞에서 조카 롯을 꾸짖거나 책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다른 땅이 있지 않느냐며, 싸우기보다 평화를 선택하자고 권했다.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 선택이었다. 정의를 말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삶 속에서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오늘날 세상이 시끄러운 이유는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많아서라기보다, 정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싸워서 분열하기보다 손해를 감수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믿음이 없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는 감정에 치우쳐 양보하지 않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말하지도 않았다. “네가 먼저 선택하라”는 그의 말에는 삼촌이라는 지위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함이 담겨 있었다.
양보하면서도 상대를 존중하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평화를 선택하는 모습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믿음의 삶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갈등의 결과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선택
롯은 삼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요단 들판을 바라봤다. 물이 풍부하고 초지가 넓게 펼쳐진 그 땅은 한눈에 보기에도 풍요로워 보였다. 롯은 그곳에서 큰 목축업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그 땅을 선택했다.
그러나 성경은 그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여호와 앞에서 심히 악하고 죄인이었다고 기록한다. 육신의 눈으로 바라본 요단 들은 풍요로워 보였지만, 영적인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손해를 보기 싫어 갈등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갈등을 지속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우리가 그것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선택을 통해 일하실 것이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시도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지 않으며, 상대에게도 유익이 되는 길을 찾으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더 큰 것을 얻게 되는 역설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아브라함처럼 양보의 미덕을 실천할 때, 하나님은 개인과 가정, 그리고 교회와 공동체 위에 새로운 길을 여시고 은혜를 베푸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