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느껴지는 자리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가장 깊이 만났다고 고백하는 한 신앙인의 여정이 책으로 묶였다.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난 은혜>는 고난을 하나의 사건이나 시련으로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자리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을 차분히 증언하는 신앙 묵상서다.
책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지나 가나안으로 향했던 여정을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의 삶에 겹쳐 놓는다. 절망과 원망, 말조차 잃은 눈물의 밤 속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과연 하나님은 우리의 고통을 알고 계시는가, 그리고 그분은 지금도 함께 계시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 역시 그러한 광야의 시간을 통과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뒤 방황의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일식 셰프라는 꿈을 안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휠체어에 의존하는 삶을 살게 된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인생의 계획 앞에서 저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을 경험하지만, 그 깊은 바닥에서 어린 시절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하나님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계기로 주님과의 동행이 시작된다.
책은 육체적 회복이라는 가시적인 기적보다, 하나님을 알아가고 사랑하며 그분과 함께 ‘걸어가는’ 영적 동행이야말로 더 큰 은혜였음을 고백한다. 두 발로 다시 걷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삶의 방향과 존재의 의미가 근본적으로 새로워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난 은혜”로 표현하며, 고난이 하나님의 부재가 아니라 오히려 임재를 드러내는 자리임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단순한 간증을 넘어, 독자가 실제로 따라 걸을 수 있도록 21일 묵상 구조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다시 사는 법을 배우다’, ‘자유와 책임’, ‘회개의 축복’, ‘믿음과 자유’, ‘무너진 꿈을 내려놓는 신뢰’, ‘가족 안에서 배우는 복음’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통해,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각 묵상은 삶이 거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요구되는 작은 순종, 책임의 무게를 하나님께 맡기는 자유, 공동체를 살리는 회개의 힘, 그리고 자기 비움으로 드러나는 복음의 본질을 차분히 짚어낸다.
<무너진 자리에서 피어난 은혜>는 고난의 이유를 성급히 해석하거나, 신앙으로 고통을 덮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고통의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하면서도, 그 자리에서 함께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하도록 독자를 초대한다.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된 이 동행의 기록은, 오늘도 광야를 걷고 있는 이들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와 소망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