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 대림절 예배가 전 세계에서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의 현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날 예배에는 찰스 3세 국왕이 참석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성공회 성당에서 열린 예배였지만 행사는 교단을 초월한 에큐메니컬 성격으로 진행됐다. 성공회와 가톨릭 기도가 함께 낭독됐으며, 정교회 인사들의 참여도 두드러졌다.
설교는 가톨릭의 티머시 래드클리프 추기경이 맡아, “너무나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규모 박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예배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리브카 네바쉬(25)도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네바쉬는 “기독교인 여성으로서 12세에 불과한 소녀들이 납치돼 강제 결혼과 개종을 당하는 사례를 목격했다”며 “많은 이들이 성폭력을 겪고, 일부는 벽돌 공장 등에서 강제 노역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는 매년 약 1,000명의 소녀들이 납치돼 강제로 결혼과 개종을 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대부분은 기독교인이며, 힌두교 소녀들 역시 자주 표적이 되고 있다.
네바쉬는 또 2023년 파키스탄 자란왈라 지역에서 발생한 반기독교 폭력 사태도 언급했다. 당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교회 25곳과 기독교인 가정 80여 곳이 공격을 받았다.
그는 “단 하루 만에 25개의 교회가 훼손되고 불태워졌으며, 최대 2,000명이 불타는 집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며 “다음 날 현장을 찾았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정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초 파키스탄 가톨릭의 인드리아스 레흐마트 주교는 이 같은 범죄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폭력 사태와 관련해 5,200명 이상이 가담 혐의로 지목되고 380명 이상이 체포됐지만, 현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흐마트 주교는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에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 경찰은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고, 지금으로서는 가해자가 처벌될 희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네바쉬는 이번 예배에 참석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ACN에 “침묵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던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밝혔다.
이어 “찰스 국왕 앞에서 이 증언을 할 수 있었던 점은 더욱 큰 의미가 있었고, 예배 후 국왕을 직접 만난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박해받는 이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준 국왕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