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사학 안양대, ‘도를 아십니까’ 대순진리회에 왜 넘어갔나?

사회
사회일반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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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3년… “건학이념 흔들린다” 판단한 학생들 집단 반발
안양대 ©안양대

기독교 건학이념으로 세워진 안양대학교가 현재 대순진리회 성주회(대순진리회) 측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이사회 체제로 운영되면서, 학교의 기독교 색채 지우기가 본격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채플과 기독교 교양의 선택과목 전환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은 최근 공식 호소문을 발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기독사학 안양대, 왜 대순진리회에 인수됐나?

예장대신 총회 창립자 김치선 목사가 1948년 설립한 대한신학교에서 출발한 안양대는 기독교 정신을 추구한 종합대학으로 예장대신 측 목회자를 양성하는 ‘인준 신학교’로도 기능해 왔다. 하지만 2022년 대순진리회가 안양대를 공식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순진리회는 불교·유교·도교 사상과 민간 신앙 요소가 결합된 형태의 신흥 종교다. 신도들이 일반 시민에게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말을 건네는 포교로 익히 알려져 있다.

대순진리회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안양대를 대진대·중원대와 함께 종단 교육사업 기관 중 하나로 소개하고 있으며, 대학 현황과 함께 안양대 홈페이지 링크도 게시하고 있다. 법인은 그대로 우일학원 명칭을 유지하고 있지만, 법인 이사장과 학교 총장이 대순진리회 측 인사로 교체되면서 실질적 운영 주체가 변화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안양대 학교법인 우일학원 문순권 이사장은 대순진리회 관계자로, 대순진리회 산하 재단법인인 대진문화장학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2024년에 안양대 총장으로 취임한 장광수 박사도 대순진리회 측 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이사회(정원 8명) 역시 성주회 연관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대 신학과 학생들이 학교의 기독교개론·채플 필수 이수 폐지 조치에 반발하며 게시한 대자보. ©노형구 기자

■안양대와 예장 대신과는 ‘법적 지배 관계’ 아닌 ‘인준 관계’… 외부 종파나 이단 침투에 취약점 드러낼 수밖에

기독사학 안양대의 경영권이 대순진리회 측으로 넘어간 배경에는, 예장대신 교단이 이사회 파송 등을 통해 학교 운영에 개입하거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안양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우일학원 정관 제1조는 법인의 목적을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진리를 탐구·교육·실천하여 고매한 인격을 함양함”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같은 건학이념을 실제로 구현해야 할 이사회 구성에 대해서는 기독교 신앙이나 교단 소속을 요구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 우일학원 정관 제20조는 이사 선임을 “이사회에서 선임해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개방이사 역시 ‘건학이념을 계승·발전시킬 학식과 덕망’을 요건으로 삼을 뿐 교단 소속 목사 등 제한 자격 요건은 두지 않았다. 개방이사 수 또한 전체 이사 8명 중 2명에 불과해, 정관상 건학이념을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장치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안양대와 예장 대신과의 관계 역시 법적 지배나 이사회 파송 관계가 아닌 신학대학원 졸업 이후 ‘목사 인준’을 받는 제도적 연계에 그쳐 왔다.

결과적으로 교단 차원의 제도적 방어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법인 이사회 구성은 대순진리회 같은 외부 종파나 이단 세력의 유입을 제어하기 어려운 구조로 남아 있었다. 이는 이사 자격을 기독교 신앙과 교단 소속으로 엄격히 제한해 온 국내 주요 신학대나 기독교 대학들과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총신대·장신대·숭실대 등 다수 기독교 대학들은 정관을 통해 이사를 세례 교인이나 교단 소속 목사·장로로 명시해, 교단 인사가 사실상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면서 건학이념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외부 자본 침투 억제 등 경영권 방어에 유용한 마지노선을 마련한 셈이다.

함승수 명지대 교육학과 교수(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사무총장)는 “안양대가 대순진리회로 인수되기 전후 학교 구성원의 ‘안양대는 교단 산하 기독사학’이라는 자의식이 약했고, 예장 대신 교단도 안양대와 별개의 교단 산하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었던 탓에, 안양대 문제를 교단 존립과 직결된 사안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며 “그 결과 교단에서 학교 운영 전반에 적극 개입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고 했다.

예장 대신 총회 임원단이 지난 8일 학내 건학이념 훼손에 반발하는 신학대학 학생들을 격려하고자 방문했던 모습. ©뉴스에이 제공

■학교 측의 채플·기독교 교양 선택화 추진에... “건학이념 훼손” 학생들 강력 반발

현재 안양대 재학생들은 기독교 건학이념 훼손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학대학 구성원들은 최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로 채플과 기독교 교양 과목의 위상 변화를 지적한다. 기독교 개론이 올해부터 교양필수에서 선택으로 전환된 데 이어, 학교는 2026학년도부터 채플까지 선택과목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학대학 학생들은 호소문에서 “1948년 대한신학교로 출발한 안양대는 77년간 기독교 정신과 ‘한 구석 밝히기’ 정신으로 성장해 왔다”며 ▲대순진리회 교리를 연상시키는 배너·비석·축제 명칭 변경 ▲기독교 개론의 교양선택 전환 ▲채플 선택화 강행 ▲기독교교육학 전공과 무관한 비기독교신자 교원의 강제 배정 등 학교 행정을 문제 삼고 시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 대순진리회 법인 체제 아래에서 안양대의 건학이념과 교육목표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결국 피해를 보는 이들은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과 미래에 입학할 후배들”이라며 “법인이 학생 의견을 철저히 무시한 채 일방적인 결정을 반복하고 있으며, 채플은 ‘사상 침투를 막아내는 마지막 방패’임에도 이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신입생 1,129명은 학교 홍보를 통해 기독교 교육이념을 가진 곳인 줄 알고 입학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 법인(대순진리회)은 교양필수였던 채플을 교양선택으로 바꾸는 행위로 건학이념과 교육목표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학생들은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채플 선택화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고, 총 2,406명의 재학생 반대 서명지를 학교 측에 제출한 상태다. 그러나 학교는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책을 강행하는 실정이다.

안양대 건물 내부에 대순진리회 교리를 연상케 하는 ‘성실·경건·신념’이 적힌 배너가 걸린 모습. ©노형구 기자

■ 안양대 이창엽 신대원장 “채플 이수 필수 폐지는 기독교 건학이념 후퇴의 분명한 신호”

안양대 신학대학원장 이창엽 교수는 “신학대학원장과 교목실장 차원에서 총장에게 분명히 반대 의사를 전달했지만 학교 측은 ‘선택과목 전환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며 “총장 측은 재학생 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채플 선택화 전환 결정을 정당화했으나, 재학생 과반을 넘는 약 2,400명 이상의 반대 서명이 더 무거운 의사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원장은 “채플과 기독교 개론 이수의 필수 폐지 추진은 기독교 건학이념 후퇴의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종 결정은 교양대학과 교육과정위원회, 상위 위원회 등을 거치는 행정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며 “형식적으로는 행정 결정이지만, 총장과 부총장단의 의지가 교양대학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재학생 일각에선 기독교개론과 채플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단순한 교과 개편을 넘어, 향후 대순진리회 관련 교리 과목이 교육과정에 편성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안양대 재학생 A씨는 “재학생 학생들 사이에서는 채플·기독교 교양이 약화되면 그 빈자리에 대순진리회 색채의 수업·내용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가 돈다”며 “기독교 학교에 왔는데 사이비 종교 색채가 짙은 수업을 듣게 되는 상황을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장대신 총회 임원단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8일 안양대 신학대학 학생들을 만나 예배를 함께 드리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엽 원장은 “예장 대신 총회장과 교단 임원들이 우려에 공감하고 채플에 직접 참석하는 등 관심을 표했다”며 “다만 이 문제는 결국 학교 내부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돼야 할 사안이고, 해결의 주체는 결국 학생들의 지속적인 반대 의사 표시”라고 했다.

한편, 학교법인 관계자 측은 “채플과 교과과정은 총장의 학사 권한이며, 법인 이사회는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본지는 안양대 장광수 총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 측에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추후 입장이 나오면 보도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다.

함승수 명지대 교수는 “법적으로 법인 이사회가 학사에 직접 개입하면 위법”이라면서도 “총장은 이사회가 선임하는 자리인 만큼 총장의 결정이 이사회와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학내 건학이념 훼손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대자보 모습. ©노형구 기자

■ 전문가들 “기독교 색채 지우기 진행되면... 기독사학 안양대서 대순진리회 교리 강제될 수도”

교육계 전문가들은 기독교 사학 안양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법인 변경 이후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정체성 잠식 과정’의 초기 단계로 보고 있다. 함승수 교수는 미션스쿨이었다가 원불교 관련 재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안양 S중·고등학교 사례를 언급하며 “법인은 바뀌어도 정체성은 유지된다고 표면적으로 말하나, 결국 학교의 기독교적 역사와 흔적은 모두 지워진 상황”이라며 “이처럼 안양대 법인 이사회도 장기적으로는 기독교 색채 지우기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즉 안양대 내부에 대순진리회 신학부가 설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진 한동대 석좌교수(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안양대는 기독교적 뿌리를 가진 대학으로, 학생들은 여전히 기독교 대학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채플과 교과과정은 학사 사안인 만큼, 총장이 학생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학교 정체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하며, 변화가 필요하다면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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