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반기독 폭력 급증, 전국 기독교대회서 실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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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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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기독교인 대상 폭력 5배 증가… 인도 기독교계, 헌법적 보호와 제도 개선 촉구
지난 11월 29일 인도 수도 뉴델리 의회 인근 잔타르 만타르에서 전국 기독교대회가 진행되는 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수도 뉴델리 의회 인근 잔타르 만타르에서 지난 11월 29일(이하 현지시각) 전국 기독교대회가 열렸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번 대회에는 교회 지도자와 인권 활동가, 법률 전문가, 종교 간 연대 인사들이 참석해 인도 전역에서 기독교인을 겨냥한 폭력이 지난 10여 년간 급증했다는 통계를 공유했다.

대회에는 200개가 넘는 교단을 대표하는 약 2천 명의 기독교인이 모였다. 참석자들은 최근 수년간 교회와 성직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인도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법적 보호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번 집회는 국회 회기 중에 의회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공식 집회 장소에서 진행됐다.

행사에서 제시된 연합기독교포럼(United Christian Forum) 통계에 따르면, 반기독교 사건은 2014년 139건에서 2024년 834건으로 증가해 약 500%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에도 이어져,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보고된 사건만 579건에 달했다. 사건 유형은 교회 재산 파괴, 목회자와 신자에 대한 물리적 폭행, 군중에 의한 집단 공격 등으로 다양했으며, 상당수가 강제 개종 혐의와 함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 사건의 4분의 3 이상이 다섯 개 주에 집중됐다.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 주가 1천3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차티스가르 주 926건, 타밀나두 주 322건, 카르나타카 주 321건, 마디아프라데시 주 319건 순으로 집계됐다.

법 집행의 부재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올해 보고된 579건 가운데 경찰이 형사 수사를 위한 필수 절차인 최초정보보고서(FIR)를 접수한 사례는 39건에 불과했다. 이는 폭력 신고와 실제 수사 착수 사이에 약 93%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피해자들이 사실상 법적 구제를 받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도 공산당 중앙사무국 위원이자 전 인도여성연맹 사무총장을 지낸 애니 라자는 이번 집회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람들이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에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CDI는 이번 행사가 ‘자립적이고 진보적이며 연합된 인도를 향하여’라는 이름으로 여러 기독교 단체가 연합해 주최했으며, 여야를 아우르는 22명의 기독교 국회의원이 지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존 다얄은 이번 대회가 시위가 아닌 대회 형식을 띠게 된 것 자체가 종교적 소수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이 기독교 신앙을 고백했다는 이유로 군에서 해임된 사무엘 카말레산 중령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모임의 시점이 상징적이라고 평가했다.

연합기독교포럼의 A.C. 마이클 대표는 이번 대회의 핵심 목적이 인식 제고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 전역과 해외에서까지 기독교 공동체의 현실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마니푸르 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종교 폭력이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마니푸르에서는 2023년 5월 이후 수백 명이 숨지고 300곳이 넘는 교회가 파괴된 바 있다.

대회에서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강제 개종 주장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마이클 대표는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정부 측이 강제 개종 피해자 명단을 제출하지 못한 사실을 언급하며, 혐의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사법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우타르프라데시 주를 중심으로 허위 개종 혐의로 접수된 100건 이상의 FIR이 대법원에서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주최 측 핵심 인사인 미낙시 싱은 인도가 과거처럼 종교 간 조화를 이루는 사회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 인구가 통계적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 개종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시민들의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 문제 외에도 구조적 차별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1950년 대통령령에 따라 달리트 기독교인과 달리트 무슬림은 종교를 이유로 지정카스트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만 명이 교육과 고용, 사회 복지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한 차티스가르, 자르칸드, 오디샤 등 자원 부국 지역의 부족 기독교인들은 지정부족 지위 박탈 위협 속에 토지와 생계권 상실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주(州) 차원의 반개종법이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법이 자경단식 폭력과 허위 고발을 부추기고 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허위 개종 혐의로 수감된 경험을 나누며, 그 과정에서 신앙을 증언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주요 교단 지도자들과 함께 전직 고등법원장, 종교 간 대화 단체 대표들도 발언에 나섰다. 참석자들은 기독교 기관들이 오랜 기간 교육과 의료, 사회복지 분야에서 종교를 초월해 인도 사회에 기여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행사 말미에는 ‘델리 선언 2025’라는 이름의 공동 문서가 채택됐다. 이 문서는 대통령과 총리, 내무장관, 소수자 담당 장관, 대법원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종교 소수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혁, 경찰 책임성 강화, 반개종법 개정 또는 폐지, 달리트 및 부족 기독교인에 대한 차별 해소 요구가 담겼다.

주최 측은 총리 면담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으며, 향후에도 헌법 질서 안에서 평화적이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최근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기독교 집회 흐름의 연장선에서, 기독교 공동체가 침묵하지 않고 민주적 방식으로 권리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참석자들은 기도와 찬양, 문화 공연을 통해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나누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국제 기독교 단체와 인권 기구들도 인도의 종교 자유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기독교계는 법과 제도 안에서 정의와 평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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