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본다이비치 테러에 기독교 지도자들 “유대인 공동체와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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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호주
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시드니의 인기 해변인 본다이 비치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으로 15명이 사망했다. ©Sky News Australia

호주 시드니 본다이비치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테러 공격 이후, 호주 기독교 지도자들이 깊은 슬픔에 잠긴 유대인 공동체와의 연대를 표명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가 전했다.

사건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밤 시드니 본다이비치에서 발생했으며, 총기를 소지한 두 명의 남성이 유대인들이 하누카(Hanukkah·빛의 축제) 첫날을 기념하던 행사 현장을 향해 발포했다. 용의자는 사지드 아크람(50)과 그의 아들 나비드 아크람(24)으로 확인됐다. 사지드 아크람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나비드 아크람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총 15명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가족과 함께 축제를 즐기던 10세 소녀 마틸다(이름 일부만 공개)와, 행사 사진 촬영을 위해 현장에 있었던 뉴사우스웨일스(NSW) 경찰 출신의 은퇴 형사 피터 ‘마르조’ 미거가 포함됐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호주로 이주한 홀로코스트 생존자 알렉산더 클라이트먼도 희생자 중 한 명으로 확인됐다.

시드니 성공회 대주교 카니슈카 라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적이고 참담한 범죄”라며 “큰 충격과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성명을 통해 반유대주의와 폭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평화를 촉구했다.

라펠 대주교는 “우리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지지로 유대인 이웃과 시민들을 품는다”며 “반유대주의와 폭력, 증오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위로의 하나님, 자비의 아버지께서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하시기를 기도한다”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 부상자와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 그리고 대응에 나선 경찰과 의료진, 정부와 안보 당국을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본다이 지역과 시드니 전역의 평화와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고 밝혔다.

라펠 대주교는 현장에서 총격범 중 한 명을 제압하고 무기를 제거해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은 시민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를 ‘영웅’으로 언급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드니 가톨릭 대주교 앤서니 피셔 역시 성명을 통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공공연한 반유대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기도와 연대를 약속하며, 기독교인들이 “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셔 대주교는 가톨릭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2년 넘게 공공 영역에서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곪아 왔고, 이는 위협과 분열, 선동적 언어의 정상화로 이어졌다”며 “하이드파크에 있는 나의 대성당 맞은편에서는 매주 자극적인 메시지가 담긴 시위가 열려 긴장을 고조시키고 급진화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가족사와 기독교의 뿌리를 언급하며 “나의 증조모는 유대인이었고, 예수 역시 유대인이며 유대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유대 율법 아래 살았다”며 “마리아와 요셉, 아브라함과 모든 예언자들, 열두 사도 역시 유대인이었다. 기독교인은 유대인의 자녀이며, 유대인에 대한 공격은 곧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