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남동부 교회에 무장괴한 습격… 신자 2명 사망·사제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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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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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준비 중 벌어진 새벽 총격과 방화, 이어진 학생 납치 사태와 국제사회 압박까지 이어져
나이지리아에서 풀라니(Fulani) 무장세력과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기독교인 9명과 한 목회자가 살해됐다. 사진은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관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남동부에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새벽, 예배를 준비하던 기독교인들이 또다시 무차별적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9일 보도했다. 무장괴한들이 아나브라주 이히알라 카운티의 릴루 지역에 위치한 나이지리아 성공회 소속 세인트 앤드류 교회를 급습해 사제의 부인과 교인 한 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사제를 납치한 사실이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괴한들은 새벽 시간대 교회에 들이닥쳐 사제 부인을 총으로 쏘아 즉시 숨지게 했으며, 베너러블 오비에스 목사를 납치한 뒤 교회 건물과 인근 주택들까지 불태웠다. 여러 신자들이 총격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로즈메리 에마브리라는 주민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무차별적인 총격 속에 많은 신자들이 부상을 입었고, 차량과 교회 건물, 사제의 사택까지 모두 불탔다"고 전했다. 그는 "예배를 준비하던 이른 시간에 벌어진 참혹한 공격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괴한들이 교회를 점령하듯 들이닥쳐 곧바로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주 경찰청장 이키오예 오루투구는 대변인을 통해 "정보 기반 작전을 강화하고 합동 보안팀을 투입했으며, 주변 감시를 확대했다"고 밝히며, 책임자를 반드시 검거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나이지리아 중부 니제르주에서는 지난 11월 21일 파피리 마을의 세인트 메리즈 가톨릭학교에서 납치된 300여 명의 학생 중 100명이 8일 정부 발표를 통해 풀려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세에서 17세 사이의 학생들은 주도인 미나의 주정부 청사로 이동해 주지사에게 인계됐으나, 석방 경위에 대해서는 협상, 몸값 지급, 군사 작전 여부 등 아무런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기독교인 대상 폭력과 납치를 줄일 것을 요구해온 가운데, 이번 사태는 국제적 압박 속에 진행되고 있다.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전국에서 납치된 모든 학생과 국민이 무사히 귀환할 때까지 구조 임무는 지속될 것"이라며,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나이지리아기독교협회(CAN)는 학생 석방 관련 공식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자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힌 한 학부모는 "정부나 학교로부터 어떤 설명도 없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현재까지 최소 177명의 학생과 12명의 교사가 여전히 포로 상태로 남아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납치 직후 도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인트 메리즈 가톨릭학교 교장 블레싱 아모두 목사는 정부에 "아이들과 교직원들이 하루빨리 구출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조직이 학교와 여행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 주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폭력 상황 속에서 미국 의회 대표단도 최근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 대표단 일원인 라일리 무어 의원은 지난 8일 X(구 트위터)를 통해 나이지리아 당국과의 회담에서 북동부의 테러 조직을 분쇄하고 기독교인 살해를 중단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단에는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노르마 토레스, 스콧 프랭클린, 후안 시스코마니 의원 등이 포함됐다. 미국 대사 리처드 밀스도 회담에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지리아 국가안보보좌관 누후 리바두는 "양국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테러 대응과 지역 안정화,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주요 논의 사항으로 소개했다. 대표단은 특히 중부 베누에주를 방문해, 수천 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되고 수백만 명이 터전을 잃은 현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최근 미국이 나이지리아를 종교 자유 침해가 심각한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한 이후 이루어졌다.

무어 의원은 나이지리아 관리들과의 대화가 "솔직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논의가 테러 대응과 국민 보호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를 기대했다.

CDI는 나이지리아는 올해도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가장 위험에 처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2025 월드 워치 리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신앙 때문에 살해된 기독교인 4,476명 중 3,100명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의 69%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의 반기독교 폭력이 "평가 기준 상한선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북부 지역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풀라니 무장 세력이 농촌 마을을 공격해 수백 명을 살해하고 있으며, 보코하람과 ISWAP 등 지하디스트 조직은 북부 전역에서 기독교인과 그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급습, 성폭력, 살해, 도로 봉쇄 범죄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몸값 목적의 납치는 최근 수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은 남부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북서부에서는 라쿠라와(Lakurawa)라는 새 극단주의 무장조직이 등장해 알카에다 계열 JNIM과 연계된 채 첨단 무기를 들고 급진적 이슬람 의제를 펼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나이지리아는 2025년 박해 지수 기준 50개국 중 7위를 기록하며, 여전히 기독교인에게 가장 가혹한 환경 중 하나에 놓여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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