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친생명(Pro-life) 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가 ‘침묵 기도’ 혐의로 기소 여부가 10개월째 결정되지 않은 채 법적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본-스프루스는 2022년 12월 버밍엄의 낙태 클리닉 보호구역(buffer zone)에서 조용히 기도했다는 이유로 처음 체포됐다. 이듬해 2월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불과 몇 주 뒤 다시 한 차례 체포됐다.
6개월에 걸친 경찰 조사가 이어졌고, 결국 모든 혐의가 철회됐다.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은 그녀에게 사과문과 함께 1만3,000파운드(약 2천5백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해 3월, 본-스프루스는 또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통상적으로 웨스트미들랜즈 경찰은 기소 여부를 2일 내 결정하지만, 이번 사건은 10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생각 때문에 잘못 체포됐다가 여러 차례 무죄가 입증됐음에도, 침묵 기도 때문에 반복적으로 조사와 괴롭힘을 받아왔다”며 “침묵 기도는 결코 범죄가 될 수 없으며, 누구나 사상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제 경우, 처벌은 과정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연 배경에는 이번 사건이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 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이 판단을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본-스프루스를 지원하고 있는 ADF 인터내셔널의 법률 고문 제레마이어 이구누보레(Jeremiah Igunnubole)는 텔레그래프에 “당국은 과연 ‘침묵 기도’를 기소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며 “이처럼 장기 지연과 지속적인 법적 불확실성은 보호구역법 시행 시 이미 예상됐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본-스프루스를 겨냥한 법적 조치는 사상과 전통적 기독교 신념을 이유로 법적 제재나 심지어 구금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헌정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