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FA 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결국 표면으로 드러났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 25일 외야수 김재환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한 선수의 진로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체의 규칙 체계가 재점검돼야 한다는 요구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김재환의 계약서 속 숨은 조항이었다. 2021시즌 종료 후 체결된 FA 계약에는 계약이 만료될 때 두산과 우선 협상을 시도한 뒤 결렬될 경우, 구단이 김재환을 보류 명단에서 제외한다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조항은 일반적인 FA 신청 절차를 통하지 않고도 선수에게 자유계약 신분을 부여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만약 이 옵션이 없었다면 김재환은 FA를 정식 신청해야 했고, B등급이 예상되는 만큼 보상금과 보상 선수가 따라붙는 이동만 가능했다. 그러나 계약 조항 하나로 FA 규정을 우회하는 길이 열렸고, 그 결과 선수는 보상 부담 없이 시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선수 입장에서 자유로운 선택 폭은 넓어졌지만,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된 배경이다.
이 같은 방식이 허용될 경우, FA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단과 팬들 모두 ‘이번 사례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를 막을 실질적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점이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FA 계약서에 ‘선수 요구나 특정 조건을 이유로 구단이 보류 명단 제외를 강제당하는 조항을 넣을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김재환 사례처럼 구단이 보유권을 거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고민이 붙는다. 올해 홍건희가 행사했던 정상적인 범주의 옵트아웃 권리마저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의 정당한 선택권을 막는 일은 또 다른 반발을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옵트아웃 자체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옵트아웃을 FA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즉, 선수의 옵트아웃 선언이 있을 경우 FA 신청 절차와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도록 구조를 손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구단이 보류 명단에서 선수를 삭제할 필요도 없어지고, 옵트아웃을 선언한 선수에게도 FA 보상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식 또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한다. 현행 KBO 규정에 따르면 이미 한 차례 FA를 신청해 계약한 선수는 다시 FA 자격을 얻기까지 최소 4시즌의 등록일수를 채워야 한다. 이른바 ‘FA 재취득 기준’이다. 하주석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FA를 신청해 한화와 1년 계약을 맺었지만, 이 계약이 종료된 올해에도 자유계약 신분이 되지 못했다. 재취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라도 2028년 시즌 종료 후에나 다시 FA가 가능하다.
만약 옵트아웃이 FA로 자동 편입된다면 이 재취득 기준도 자연스럽게 충돌 지점을 맞게 된다. 재취득 기준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유연하게 조정할 것인지 새로운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기준을 낮추거나 없앨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FA 등급제, 특히 C등급의 기준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규정상 FA를 세 차례 이상 신청한 선수는 모두 C등급으로 분류된다. 기존에는 30대 후반의 베테랑들만 3~4차 FA에 다다르는 구조였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재취득 기준이 짧아지면 젊은 선수들도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3차 FA에 도달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젊은 C등급 선수’가 대량 등장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선수 가치와 등급이 맞지 않는 왜곡 현상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FA 제도의 전반적 구조 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가깝다. 보류 명단 제외를 강제하는 옵션 삽입을 금지하고, 옵트아웃을 제도 안에 흡수하며, 재취득 기준과 FA 등급제까지 함께 손봐야 제도적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말 그대로 FA 제도 전체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김재환 옵션 논란’은 단순한 계약 조항 분쟁이 아니라, KBO가 오랫동안 미뤄왔던 FA 제도의 낡은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이어온 임시방편식 보완책만으로는 더 이상 제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노출됐다. KBO가 이번 사안을 계기로 근본적인 제도 개편에 나설 수 있을지, 야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