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대 영암신학사상연구소(소장 박정수 박사)가 17일 오전 성결대학교 학술정보관 6층 야립국제회의실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종교: 인간과 기계 지성의 미래를 묻다’를 주제로 국제 석학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인공지능(AI)이 인간 존재와 정체성, 종교적 의미에 미치는 영향을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관점에서 탐구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강연자는 미국 녹스대학(Knox College)의 종교학자 로버트 M. 제라시(Robert M. Geraci) 박사로, 그는 ‘Apocalyptic AI(2010)’, ‘Virtually Sacred(2014)’, ‘Futures of Artificial Intelligence(2022)’ 등의 저서로 유명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환영사를 전한 박정수 박사는 “로버트 제라시 교수는 이미 「Apocalyptic AI」와 같은 선구적인 저술을 통해 기술이 빚어내는 초월적 열망의 복합적 지형을 분석해 오셨고, 이 시대 기술 문명이 신학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들을 제시하여 이 분야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며 “현재 인공지능의 급속한 벌전은 전통적인 신학적 인간학의 범주, 특하 하나님의 형상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것을 우리에게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 “인간이 지닌 지능과 인격, 윤리적 판단의 영역에까지 인공지능이 침투하면서, 우리는 이제 신과 인간이라는 양자 관계를 넘어, 신-인간-인공의 삼자 관계 안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성찰해야 하는 존재론적 긴장에 직면했다”며 “AGI의 출현과 그 인식에 종교적 요소가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교수님의 통찰은, 곧 우리 인간이 창조적 주체성과 청지기적 책임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하느지를 묻는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AI가 효율성을 최우선하는 기술 관료주의적 패러다임에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종속시키고, 진정한 관계성을 파괴하며 소외를 초래할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수호하고, 신학적 통찰을 통해 세상을 향한 교회의 창조 윤리와 공적 사명을 새롭게 정립하는 귀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축사를 전한 정희석 총장은 “AI가 우리 삶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라도 만약 그 과정에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이 훼손되거나 알고리즘 편향으로 인해 사회적 정의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분명 실패한 경험”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기술의 발전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성경적 인간 이해, 즉 하나님 형상에 기반하여 기술이 우리 공동체의 표발적인 번영에 기여하도록 윤리적 거버넌스를 세워야 한다. 오늘 이 귀한 강연이 우리 대학과 이 사회가 기술 혁신과 인간 존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조화롭게 운영하여 AI 시대를 이끌어갈 윤리적 리더십을 구축하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AI와 종교에 대한 고찰
‘로봇들 사이의 종교: 인류와 기계 지능의 미래에 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로버트 제라시 박사는 “20세기 중반부터 SF소설 작가, 과학자, 미래학자들은 인공 지능(AI)의 도래가 임박했다고 예측했다”며 “때때로 이러한 묘사는 현실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제안이 현실성 테스트에서 종종 실패하는 한 가지는 이유는 종교가 없는 미래에 대한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과학의 발전으로 종교가 퇴조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20세기 세속주의의 전성기에는 종교 없는 미래가 그럴듯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종교가 지속되고 심지어 번성하는 오늘날에 그것은 점점 더 순진한 생각으로 보인다”며 “종교를 비방하는 사람들의 최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교가 지속되는 이유를 묻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로봇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더 잘 추측할 수 있다”고했다.
더불어 “근본적으로 인공지능이 인간과 동등한 존재가 된다면, 우리는 로봇이 우리가 종교적이라고 명확히 구분하는 실천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인간 역시 은혜의 배타성에 대한 오랜 입장을 수정할 것을 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학자들은 로봇의 권리와 로봇의 존엄성, 그리고 로봇이 인간에 대한 정치적·신학적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신학계에서 이러한 고려는 로봇 지능에 대한 열렬한 지지와 격렬한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결코 인간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할 수 없다 해도,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그 반응은 우리에게 로봇보다 인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며 “불행하게도 로봇 종교에 대한 거부는 인간의 삶을 가장 소중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열린 탐구라기보다는 억압적인 식민지 체제들과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종교 공동체, 실천, 신념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로봇도 이러한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려할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과 동등한 수준에 도달한다면 로봇은 종교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인간은 이 사실을 이용해 로봇을 전통적인 인간 종교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제라시 박사는 “로봇과 AI 응용프로그램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로봇을 종교 생활에 포함시키는 과정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미 인류 역사는 인간 생명을 창조하려고 시도하는 사례들도 가득차 있다. 많은 옹호자들이 AI의 부상이 초월과 불멸에 대한 인간의 오랜 욕망을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제시하는 것처럼, 이를 위한 전략으로서의 기술과 종교적 실천의 필연적인 결합은 오늘날 우리에게 남아있다.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수준을 이루게 된다면, 우리는 로봇이 바로 그것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때에만 로봇을 인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까운 미래를 내다보면 이러한 윤리적 설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관행과 신념의 윤리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며 “무엇이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로봇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동시에 우리는 무엇이 우리 자신을 최고의 버전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우리 자신의 공감 능력을 개발하고 세상에서 정의를 위한 우리 자신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만 한다”며 “로봇과의 관계에서,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존재임을 인정할 수 있는 한 그것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로봇이 진정으로 지적이고, 의식적인 존재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로봇이 우리의 신비, 경이로움, 초월적 상상력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에서 그것을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이 현대 생활의 영적 시장에 참여하게 된다면 혹은 참여하게 될 때 우리는 이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논찬을 맡은 황은영 교수(성결대)는 “로버트 제라시 박사는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는지 여부를 입증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능성을 상상하는 우리의 인식 방식 자체가 인간의 종교적 자기이해를 어떻게 드러내는가를 탐구한다. 내용의 중심은 로봇의 구원이 아니라 로봇을 바라보는 인간의 신학적 자화상에 있다”고 했다.
끝으로 황 교수는 “제라시 박사가 묻는 지점은 ‘로봇이 종료를 가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드러나는 우리의 신앙은 어떤 모습인가?’이다. 즉, 기술과 신앙이 서로를 비추는 이중의 거울임을 말한다”며 “기술은 신앙의 형식을 재현하며, 신앙은 기술의 한계를 폭로한다. 이 두 거울을 함께 응시할 때, 신학은 기술 시대의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 형상을 기억하고, 어떻게 그것을 잃어버리는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행사는 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황은영 박사와 공과대학 최정열 박사가 패널로 참여한 토론과 학생들의 질의응답 순서로 마무리됐다.
한편, 영암신학사상연구소는 성결대학교 부설 연구기관으로, 성결대 설립자이신 영암 김응조 박사의 신학과 사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계승함으로써, 예수교대한성결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한국교회 복음주의 신학의 정립과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되었다. 김응조 목사의 신학은 성경 중심의 해석과 설교, 성령의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거룩한 삶을 향한 실천적 지향을 특징으로 하며, 연구소는 이러한 전통을 오늘날의 신학과 목회 현장에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교회와 신학을 잇는 실천적 신학의 중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