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탄압의 잔해 속에서도 동유럽에서 다시 일어나는 복음의 희망

재니스 앨런. ©Christian Post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 는 제니스 앨런의 기고글인 ‘포스트 공산주의 유럽에서의 복음’(The Gospel in post-Communist Europe)을 12일(현지시각) 게재했다.

2008년부터 International Cooperating Ministries(ICM)의 CEO이자 이사회 의장으로 섬겨온 제니스 앨런은 1986년부터 이사회에서 활동해 왔다. 2020년에는 CEO 역할에 더해 ICM의 회장(President) 직책까지 맡아 책임을 확대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세계는 다시 한 번 우크라이나의 고통과 회복력을 바라보고 있다. 전쟁은 수많은 삶과 도시를 파괴했지만, 세계 지도자들의 평화 요청 뒤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다. 폐허 속에서도, 동유럽의 교회는 갈가리 찢긴 갈등과 억압의 잔해 위에서 복음의 희망이 다시 피어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련의 흥망은 동유럽 전역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1936년부터 1938년까지 스탈린의 '대숙청' 기간 동안, 모든 신앙의 신자들이 처형, 투옥, 극심한 폭력, 그리고 굴라그 (Gulag) 수용소로의 추방을 겪었다. 그 이후 수십 년 동안도 기독교인은 차별을 당했고, 감시와 괴롭힘을 받고, 교육이나 일자리를 거부당했으며, 공적으로 모이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국가에 대한 충성이 새로운 종교처럼 요구되었고, 하나님을 예배하던 사람들은 그림자 속에서 몰래 모여 소수의 신자들에게 생명줄이 되었다. 다른 이들은 이웃이나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은밀한 조직을 만들며 교회를 지켜냈다.

세대에 걸친 종교 탄압은 동유럽 여러 나라들의 문화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정부는 국가적 무신론을 강제했고 조직 종교의 흔적을 지우려 했다. 수백만 명에게, 그 시기의 상처와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철의 장막이 무너졌을 때, 이론적으로는 종교의 자유가 회복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까지 동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종교적 정체성은 급격히 약화되어 있었다. 한때 ‘지구에서 가장 무신론적인 곳’이라 불리던 동독은 지금도 동독 지역 인구의 60%가 “하나님을 믿어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바르샤바 조약 기구를 구성했던 21개 국가는 새로운 정치·문화 환경으로 들어섰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전직 공산국가들은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에서 흔들렸고, 신앙이 자리할 공적 공간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하 교회들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때 믿음을 숨기던 공동체들이 공개적으로 예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동유럽 일부 지역의 기독교 성장은 서구보다 앞서기 시작했다. 더 많은 신자들이 담대하게 나서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3년 동안 600개 이상의 종교 시설이 파괴되었다. 벨라루스에서는 여전히 종교 집회에 대한 통제가 심각하다. 가족들이 흩어지고, 지도자들이 징집되고, 공동체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건강한 지역 교회를 통한 ‘희망의 상승’은 계속되고 있다.

43세의 우크라이나 난민 로만 악사멘토프는 집도 생계도 잃고 곧 징집될 상황에서 지역 교회에서 피난처를 얻었다. 그곳에서 신자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기도해주고, 전선으로 나갈 준비를 함께 했다. 부상을 입은 후에도 그는 전쟁 한가운데서 자신을 지탱해준 것은 “그 기도들”이라고 고백한다. 그의 교회는 또한 지역 주민들이 모여 식사하고 기도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아가페 잔치’를 열고 있다. 혼란 속에서도 더 큰 소망을 향해 사는 작은 공동체의 증언이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교회는 처음에는 군인 가족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하려 했지만, 하나님은 그들을 교회 밖 여성들을 섬기는 ‘Called To Inspire’라는 여성 사역으로 이끄셨다. 이 사역은 전쟁의 보이지 않는 짐을 짊어진 여성들을 만나 치유와 돌봄을 전하고 있다. 가장 어두운 날에도, 지역 교회는 혼란의 시대 속에서 소금과 빛이 되는 조용한 저항이다.

벨라루스와 타지키스탄처럼 여전히 차별과 배제가 심한 지역에서도, 각 교회는 그 지역의 문화 속에서 신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전략적 자리이다. 이는 서구 선교사가 가져온 교회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직접 세우고 이끈 토착 교회들이다. ICM은 2026년까지 이 지역에 8개의 교회를 추가 건축하도록 돕기를 희망한다. 한때 신앙이 억눌렸던 땅에서 교회는 다시 일어서고 있고, 사람들과 공동체는 새롭게 변화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의 훈련센터와 제자도 도구 개발도 장기적으로 사역을 지속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비록 휴전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정치는 전쟁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뿐, 영적 부흥이 가져오는 근본적 변화는 절대로 대신할 수 없다. 그 역할은 오직 교회만이 감당할 수 있다. 동유럽의 역사는 수십 년의 탄압 속에서도, 그리고 지금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황에서도, 교회가 여전히 일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멀리서 지켜보며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주어진 교훈은 분명하다. 이 논의는 단순히 정치적 위기의 종결이 아니라, 동유럽 모든 사람의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건강한 지역 교회가 세워질 수 있도록 지원할 기회라는 것이다. 동유럽의 교회는 약하지 않다. 믿음은 꺼지지 않았다. 소망은 어느 휴전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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