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 혐의로 1년 이상 구속되어 있던 한 기독교 여성이 최근 라호르 고등법원으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았다고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여성의 변호인인 라자르 알라 라카(Lazar Allah Rakha) 변호사는 “법원이 두 건의 신성모독 사건 모두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보석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라호르 고등법원의 아스자드 자와이드 구랄(Asjad Javaid Ghural) 판사는 해당 여성인 스텔라 카와르의 석방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이 장기간 지연된 데다, 피고인에게 지연의 책임이 없다는 점을 들어 파키스탄 형사소송법 제497조에 근거해 보석을 허가했다.
카와르는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어머니로 지난 2024년 5월 12일 펀자브주 시알코트(Sialkot) 지역의 코틀리 로하란(Kotli Loharan) 인근 카로타 시에단(Kharota Syedan)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종교적 감정을 해쳤다’는 혐의로 파키스탄 형법 295-A조와, 공공의 평온을 해쳤다는 이유로 505조에 따라 기소되었다. 두 조항 모두 유죄 판결 시 각각 7년에서 1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극단주의 정당 테흐리크-에-라브바이크 파키스탄(Tehreek-e-Labbaik Pakistan, TLP)의 한 지역 지도자가 ‘신성모독이 적힌 지폐가 발견됐다’는 주장에 따라 그녀의 이름을 고소장에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건은 2023년 8월 27일과 2024년 1월 7일 두 차례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라카 변호사는 “두 사건 모두 주요 증인 하피즈 사이드 푸르칸 이자즈(Hafiz Syed Furqan Ijaz)의 단순한 의심에 근거해 카와르가 연루됐다”며 “경찰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CCTV 분석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영상이 너무 흐릿해 인물을 특정할 수 없고, 포렌식 감정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경찰에 반복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증거는 끝내 확보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은 증거 불충분과 과도한 재판 지연을 이유로 카와르에게 각각 20만 파키스탄 루피(미화 약 706달러)의 보증금을 조건으로 한 보석을 허가했다.
라카 변호사는 “스텔라의 가족은 매우 가난해 적절한 법적 도움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며 “국제 인권단체 ADF 인터내셔널(Alliance Defending Freedom International)의 지원으로 변론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판결로 희망이 생겼다. 재판부가 명확히 ‘증거 없음’을 인정한 만큼, 다음 공판에서 완전한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DI는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1990년 이후 이 법을 근거로 한 자경단식 폭력과 살인 사건이 수십 건 발생했으며, 인권단체들은 이를 ‘소수 종교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의 도구’라고 지적해왔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HRW)는 지난 6월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종교적 소수자와 빈곤층을 탄압하고, 개인적 분쟁이나 토지 강탈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제목은 ‘땅을 빼앗기 위한 음모: 협박과 이익을 위한 파키스탄 신성모독법의 악용’이었다.
HRW는 또한 “신성모독 혐의는 군중 폭력을 선동하거나 공동체를 강제로 이주시키는 데 이용되고 있다”며 “정부는 폭력을 부추긴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경찰조차 피고인을 보호하거나 철저히 수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경찰관들은 개입 시 자신들이 위협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파키스탄 연방 법무·인권부 장관 아잠 나지르 타라르(Azam Nazeer Tarar)는 지난 10월 16일 “정부가 신성모독법 남용을 방지하고, 공정한 수사와 신속한 재판을 위한 절차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편, 국제 기독교 감시단체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박해지수’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50개국 중 8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카와르 사건이 신성모독법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례라며, 향후 법 개정과 사법개혁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