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에서 풀라니(Fulani) 목동 무장세력의 잇따른 공격으로 15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지난 6일 밤 나사라와주와 플래토주에서 동시에 발생했으며, 일주일 전에도 같은 지역에서 11명이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CDI는 나사라와주의 케아나(Keana) 지역 내 사르킨 노마(Sarkin Noma) 마을은 대부분이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공동체라고 밝혔다. 이날 밤 11시경 무장한 남성들이 주민들이 잠든 집을 급습해 2명을 살해하고 1명을 납치했다. 현지 주민 두시마 체(Dooshima Tse)는 “무장세력이 아무 이유 없이 마을을 공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무사 아다무(Musa Adamu)는 “우리 마을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이전에도 인근 기자(Giza) 마을에서 부부가 납치된 사건이 있었지만 아직 행방이 묘연하다. 정부가 즉각적으로 개입해 평화를 회복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사건 이후 수백 명의 주민들이 다음날인 7일에 시위를 벌이며, 나사라와주 라피아(Lafia)와 베누에주 마쿠르디(Makurdi)를 잇는 고속도로를 차단하고 정부의 무대응을 규탄했다. 한 주민은 “이번 공격은 풀라니 무장세력으로 의심되는 총기 남성들에 의한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공동체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CDI는 인접한 플래토주에서도 같은 날 밤 유사한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플래토주 리욤(Riyom) 카운티의 라치(Rachi) 마을에서는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인 2명을 살해하고 5명을 부상시켰다. 조스(Jos) 지역의 변호사이자 인권운동가인 달리옵 솔로몬 므완티리(Dalyop Solomon Mwantiri)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리욤과 인근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조직적 폭력의 일환”이라며 “정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므완티리 변호사는 “무장세력이 이미 며칠 전부터 지역에 집결하고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이전의 경고와 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억제 조치가 없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 1일에는 리욤 카운티의 크위(Kwi) 마을에서도 6명이 사망했고, 그보다 몇 시간 전에는 옥수수를 수확하던 주민이 총격으로 살해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공격자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마을을 습격한 뒤 도주했다.
이틀 뒤인 2일, 망구(Mangu) 카운티의 쿠본(Kubon) 마을에서는 한 기독교 농부가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살해됐다. 망구 카운티의 또 다른 마을 푸싯(Pushit)에서도 지난 10월 31일 3명의 기독교인이 살해됐다. 지역 공동체 지도자 프라이데이 다완(Friday Dawan)은 “무고한 주민에 대한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와 치안 당국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 산하 국제종교자유위원회(APPG)는 2020년 보고서에서 “풀라니족은 수백 개의 씨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집단으로, 일부는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받아들여 보코하람(Boko Haram)이나 서아프리카 이슬람국(ISWAP)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며 기독교를 상징하는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의 교계 지도자들은 이러한 공격이 종교적 증오와 더불어 토지를 점령하려는 목적에서도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막화로 인해 방목지가 줄어든 풀라니 무장세력은 기독교 농촌 지역을 강제로 점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국제 기독교 감시단체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박해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조사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4,476명 중 3,100명(69%)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의 반기독교 폭력 수준은 이미 측정 가능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중북부 지역에서는 풀라니 무장세력이 기독교인 농촌 마을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으며, 보코하람과 ISWAP 등 지하디스트 조직들이 연계된 폭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서부에서 ‘라쿠라와(Lakurawa)’라는 신흥 테러 조직이 등장해 알카에다 계열 단체 JNIM(이슬람과 무슬림을 위한 지원 그룹)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나이지리아는 전 세계 50개국 중 기독교인 박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순위에서 7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회와 주민들은 “정부의 침묵이 폭력을 부추기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