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앓는 파키스탄 기독교인, 신성모독·테러 혐의로 체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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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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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패 고발 후 해고·가족 탄압 이어져… 인권단체 “정신질환자에 대한 신성모독죄 적용은 명백한 인권침해”
반국가선동, 테러 혐의로 체포된 라시드 마시(Rasheed Masih, 오른쪽)의 모습. 현지 인권단체와 그의 가족은 이번 사건이 오랜 부패 고발과 종교적 차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기독교인이 신성모독(blasphemy)과 반국가선동, 테러 혐의로 체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인권단체와 가족은 이번 사건이 오랜 부패 고발과 종교적 차별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 6일, 펀자브 주 오카라(Okarah) 지역 후즈라 샤 무키임(Hujra Shah Muqeem)에 거주하는 라시드 마시(Rasheed Masih)는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그가 이슬람과 정부를 비난하는 영상을 촬영해 종교적 갈등을 조장하려 했다고 주장하며, 파키스탄 형법 295-A조(종교 모독), 298조, 124-A조(반국가 선동), 그리고 ‘반테러법’(Anti-Terrorism Act) 9조를 적용했다.

라시드의 아들 나빌 라시드(Nabeel Rasheed)는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부패와 부당해고 문제로 오랜 기간 고통을 받아왔다”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악용해 누군가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기독교 신앙을 이유로 차별받았고, 동료 무슬림 직원들이 개종을 강요했지만 이를 거부하면서 적대의 대상이 됐다”고 덧붙였다.

CDI는 라시드가 한 시골 보건소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지만 부패와 정부 물품 절도 문제를 내부 고발한 뒤, 상부는 그를 다른 지역으로 전출시켰고 결국 2018년 1월 해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라호르 고등법원과 펀자브 주 옴부즈맨 사무실에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비용과 실직으로 인해 가정은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다. 아들 나빌은 “부모님은 세 자녀의 학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아버지의 정신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가족은 라호르 종합병원 정신건강센터와 펀자브 정신의학연구소에 라시드를 입원시켰으나, 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이어 “아버지는 정직하고 선한 분이지만, 신앙 때문에 오랫동안 억압받아 왔다”며 “부패를 드러낸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은 이들이, 그의 정신적 약점을 이용해 허위 혐의를 씌웠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나즈마 라시드(Najma Rasheed) 역시 정부기관의 보복성 인사 조치로 외딴 지역으로 자주 전보되고, 몇 달 동안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등 가족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

라시드를 변호하고 있는 기독교인 변호사 라자르 알라 라카(Lazar Allah Rakha)는 “파키스탄 형법에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방어 조항이 존재한다”며 “형법 84조(정신 이상 방어조항)와 형사소송법 464조(정신이상자의 재판 불가 규정)가 그 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 법들이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신질환자도 여전히 자경단식 폭력이나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고, 신성모독 혐의는 그 어떤 법적 보호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파키스탄의 정신건강 시스템은 인력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하다”며 “정확한 정신 감정이나 치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권단체 오픈도어스(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박해 지수(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으로 살기 가장 어려운 8번째 국가로 꼽혔다. 기독교인들은 신성모독죄 남용과 불공정한 사법체계, 그리고 사회적 폭력 속에서 여전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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