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독교인 학살 속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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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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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기독교인이 죽어나가고 있다”… 트럼프,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 재지정 의사 표명
보코하람(Boko Haram)을 비롯한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과 풀라니(Fulani) 무장 유목민들은 기독교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공격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Youtube Screenshot / Boko Haram: Black Terror in Africa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네셔널(CDI)은 11월 2일 ‘박해받는 교회를 위한 국제 기도의 날(IDOP)’을 맞이하며 나이지리아 기독교인들을 위한 전 세계의 기도와 인권 옹호 활동이 다시 불붙고 있지만 동시에 나이지리아 정부와 일부 외교 로비스트들 사이에서는 “기독교인 학살은 과장된 주장”이라는 반발도 커지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CDI는 미국 워싱턴에서 나이지리아 정부의 종교 박해 책임을 묻는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나이지리아 종교자유 책임법안(Nigeria Religious Freedom Accountability Act)’을 발의하며, 미국 정부가 나이지리아의 종교 자유 침해에 대해 공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에서도 인디애나주의 말린 스투츠먼 의원이 동반 법안을 내며 이에 동참했다.

또한 허드슨연구소 종교자유센터의 니나 셰이(Nina Shea)와 인권·정책 전문가 34인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공동서한을 보내 “나이지리아 정부가 종교 소수자,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를 방조하고 있다”며, 나이지리아를 다시 ‘특별우려국(CPC, Country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재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나는 나이지리아를 다시 CPC로 지정한다”고 밝혀, 미 국무부의 연말 공식 지정에 앞서 이를 예고했다. 서한은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슬람 신성모독법을 집행하며 시민들을 사형과 중형 위협 속에 두고 있다”며 “특히 무슬림 풀라니(Fulani) 유목민들이 기독교 농촌 공동체를 공격하고, 중부 지역을 강제 이슬람화하려는 움직임을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시민단체 ‘시민권 및 법치사회연구소’(Inter Society for Civil Rights and Rule of Law)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으로 5만 2천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살해됐고, 2만 개 이상의 교회가 파괴됐다. 보고서는 “보코하람(Boko Haram)과 IS, 알카에다 연계 조직들이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모두 공격하지만, 풀라니 유목민의 테러가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서 서명자 중에는 미 의회 전 의원 프랭크 울프(Frank Wolf)와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위원 모린 퍼거슨(Maureen Ferguson)도 포함됐다. 서명자들은 “풀라니 무장세력은 ‘알라후 아크바르(Allah Akbar)’를 외치며 AK-47 소총으로 기독교 마을을 습격하고 가족을 학살하며, 수확물과 주택을 불태운다”며 “이것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조직적 토지 강탈과 종교적 지배 시도”라고 밝혔다.

CDI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과의 싸움과 달리, 중부지역 기독교인들에 대한 풀라니 세력의 공격에는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서는 “정부는 그들의 무기 공급 경로나 조직적 배후를 조사하지 않고, 총기 금지법도 적용하지 않으며, 약탈당한 기독교 농민들의 토지도 되찾아주지 않는다”며 “풀라니가 공격해도 체포되지 않으며, 사법처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는 2021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CPC 지정이 철회된 이후, 2023년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가 자원 갈등을 유발해 농민과 유목민 간 충돌이 생긴다”는 ‘신마르크스주의적 분석’을 제시했다. 이에 인권단체들은 이를 “종교적 폭력을 단순 환경 문제로 축소하는 왜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리처드 밀스 주나이지리아 미 대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중부 지역에서 농민과 유목민 간 충돌이 있지만, 특정 종교를 겨냥한 문제는 아니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나이지리아 대통령 볼라 티누부의 “이 문제는 종교 갈등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그대로 따르는 듯한 발언을 했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의 아프리카 내 두 번째 교역국으로, 외교·경제적 이해가 인권 문제보다 우선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국제종교자유관측소(ORF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4년간 나이지리아에서 살해된 민간인 30,880명 중 16,769명이 기독교인으로, 무슬림 희생자(6,235명)의 2.7배에 달했다. 납치 피해자 역시 기독교인 11,185명, 무슬림 7,899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무장 풀라니 세력에 의해 살해된 기독교인은 전체의 55%를 차지했으며, 보코하람과 IS의 피해보다 훨씬 많았다.

미국 가톨릭 주교 윌프리드 아낙베(Wilfred Anagbe)는 지난 3월 미 하원 아프리카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나이지리아의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세력의 절멸 정책 아래 살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그의 고향 마을은 풀라니 세력의 습격을 받아 친척 12명이 학살됐다.

CDI는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국제사회는 여전히 소극적 대응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 프리프레스의 칼럼니스트 그렉 마레스카(Greg Maresca)는 “이 위기는 정치나 외교를 넘어 도덕적 명령의 문제”라며 “고린도전서 12장 26절 말씀처럼, 한 지체가 고통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아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침묵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세대 안에 아프리카의 기독교 공동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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