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시각장애인 기독교인,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돼 사형 위기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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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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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기독교인, 거짓 고발로 구금…인권단체 “신성모독법이 약자 탄압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어”
©Hamid Roshaan/ Unsplash.com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에서 시각장애인 기독교인이 이슬람 예언자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사형 위기에 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피해자의 노모는 “아들이 무슬림들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허위 고소로 감옥에 갇혔다”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나딤 마시(Nadeem Masih)의 노모 마사 유사프(Martha Yousaf)는 현지 매체에 “와카스 마자르(Waqas Mazhar)와 그 일행은 아들을 자주 괴롭히고 돈을 갈취했다”며 “때로는 물을 끼얹고 모욕적인 말을 퍼붓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자르는 라호르(Lahore)의 모델타운공원(Model Town Park)에서 주차 관리자로 일하며, 마시는 공원 내에서 체중계로 소액의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했다.

유사프는 “친절한 방문객들이 장애인인 아들에게 동정심으로 돈을 조금 더 주면, 공원 직원들이 그것마저 빼앗았다”며 “일부 직원들은 아들에게 돈을 빌려가고는 갚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CDI는 사건 당일인 지난 8월 21일(이하 현지시각) 마시가 평소처럼 일하려 하자 마자르 일당은 그를 막아섰고, 항의하자 폭행을 가한 뒤 강제로 오토바이에 태워 경찰서로 끌고 갔다고 밝혔다. 이후 그들은 마시가 ‘예언자를 모독했다’며 허위 신고를 했고, 경찰은 그를 파키스탄 형법 제295-C조(신성모독법)에 따라 기소했다. 이 법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할 경우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유사프는 “첫 면회 때 아들이 경찰에게 심하게 맞았다고 울면서 말했다”며 “경찰은 거짓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각장애에 오른쪽 다리에 철심까지 박혀 있는 아들을 법원으로 이송할 때마다 밀치고 끌며 잔혹하게 대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남편을 잃고 아들과 세 딸로 살아가는 유사프는 “며느리도 이혼 후 집안일로 생계를 돕고 있지만 형편이 매우 어렵다”며 “매일 하나님께 아들을 구해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마시의 변호인 자베드 사호트라(Javed Sahotra)는 “경찰의 최초 보고서(FIR)에는 여러 모순이 있다”며 “이를 근거로 보석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고자인 아윱 경위는 밤 11시에 순찰 중 사건을 접수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원은 오후 9시에 문을 닫는다”며 “마시는 그날 오전 6시경 경찰에 자신이 폭행당했다고 신고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통화기록을 확보해 경찰의 주장을 반박할 예정이며, “지방법원이 보석을 기각하면 라호르 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호트라 변호사는 “경찰이 시각장애인을 고문한 것은 비인도적이며 충격적”이라며 “정부와 경찰청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징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교회 산하 법률단체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국가위원회(NCJP)’의 나임 유사프(Naeem Yousaf) 국장은 “시각장애인이자 가난한 기독교인을 이런 중대한 혐의로 체포한 것은 정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시는 장애와 가난, 사회적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살아왔지만, 이제 부당한 신성모독법의 피해자가 됐다”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빈곤층과 종교 소수자, 그리고 개인적 분쟁 상대를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토지 강탈 음모: 신성모독법의 악용과 이익추구(A Conspiracy to Grab the Land)’에 따르면, 일부 세력은 허위 고발을 통해 재산을 빼앗거나 경쟁자를 제거하고 있으며, 법의 모호한 조항은 증거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게 만든다.

HRW는 “파키스탄 사법체계는 이런 인권 침해를 방치하고 있으며, 경찰은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폭력 선동을 한 정치인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기소조차 되지 않거나, 위협으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픈도어(Open Doors)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에서 파키스탄은 기독교인으로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8위로 선정됐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파키스탄 내 종교 자유의 후퇴와 장애인·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차별의 상징적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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