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수단에서 한 무슬림 사업가가 교회 재산을 강제로 빼앗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28일 저녁 리버 나일 주 아트바라(Atbara) 지역에서 수단장로복음교회(Sudan Presbyterian Evangelical Church, SPEC) 소속 다우드 푸둘 카추(Daud Fudul Kachu) 목사를 체포해 하룻밤 동안 구금했다.
교회 관계자는 “오후 6시경 주 범죄수사국 소속 경찰 2명이 카추 목사 자택에 찾아와 체포영장을 제시했다”며 “교회 측이 변호사와 먼저 상의하겠다고 하자 경찰이 이를 수락하는 듯했지만, 교회 뒤편에 숨어 있던 다른 두 명의 경찰이 나타나 목사를 강제로 차량에 태워 경찰서로 데려갔다”고 전했다.
카추 목사는 아트바라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됐고, 다음날 오전 집중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해당 무슬림 사업가의 요구를 전달하며 “교회 건물에서 30일 내로 퇴거하라”고 압박했다. 교회 관계자는 “경찰이 우리에게 ‘법은 당신들의 종교보다 위에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목사에게 ‘교회 재산을 두고 어떤 저항도 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서명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카추 목사는 30년간 교회를 이끌어온 인물로, 처음에는 보석이 거부됐으나 변호사 개입 이후 오후 1시경 별다른 조건 없이 석방됐다.
CDI는 해당 사건이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SPEC 교회 재산 분쟁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는 과거부터 무슬림 사업가들이 교회 재산을 인수하도록 묵인하거나 지원해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수도 하르툼과 오움두르만(Omdurman) 등지에서는 수단 내전으로 피란민이 거주 중인 교회 시설을 강제로 점거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오움두르만의 SPEC 산하 수단복음학교(Evangelical School of Sudan)에 무슬림 3명이 침입해 수백 명의 피난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교장실 문을 부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학교를 점거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 사건은 과거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 시절부터 이어진 이슬람 세력의 교회 재산 강탈 시도의 연장으로 보인다.
수단은 인구의 93%가 무슬림이며, 전통종교 신앙인은 4.3%, 기독교인은 2.3%에 불과하다(조슈아 프로젝트 기준). 2023년 4월 발발한 수단 내전 이후, 기독교인에 대한 살해·성폭력·약탈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 기독교 박해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의 2025년 세계 박해지수(World Watch List)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전쟁의 혼란 속에 갇혀 도망조차 치지 못하고 있다. 교회들은 포격과 약탈, 점령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내전은 2021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수단군(SAF)과 반군 성격의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의 충돌로 시작됐다. 양측 모두 이슬람 세력을 기반으로 하며, 서로의 편을 든다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을 공격해왔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R)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수만 명이 사망하고 1,190만 명 이상이 국내외로 피란했다.
또한, 수단은 2019년 오마르 알바시르 정권 붕괴 이후 일시적으로 종교 자유가 확대됐으나, 2021년 10월 쿠데타 이후 다시 이슬람 율법 기반의 억압적 통치가 부활했다. 바시르 축출 직후 구성된 과도정부는 종교 간 평등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며 ‘배교죄’를 사실상 폐지했으나, 쿠데타 이후 그 성과는 대부분 무너졌다.
미국 국무부는 2019년 수단을 ‘특별우려국가(CPC)’ 명단에서 제외하고 ‘감시대상국’으로 완화했지만, 2021년 쿠데타 이후 다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오픈도어 보고서에서 수단은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5위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