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무슬림들, 교회 건축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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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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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렘방서 수백 명 모여 HKBP 교회 건축 저지 나서…정부 토지 사용 논란과 종교 갈등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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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팔렘방(Palembang)에서 수백 명의 무슬림 주민들이 교회 건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14일 팔렘방 남수마트라주 주도에서 일어났으며, 주민들은 해당 지역이 ‘전적으로 무슬림 지역’이기 때문에 기독교 예배당 건축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판게란 라투 거리(Pangeran Ratu St.) 블록 B8, No.15에 들어설 예정인 후리아 크리스텐 바탁 프로테스탄(Huria Kristen Batak Protestant, HKBP) 교회 건축에 반대하며, 해당 부지가 정부 소유의 토지라고 주장했다. 또 이 지역에는 ‘상주하는 기독교인이 없다’며 교회 설립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CDI는 팔렘방의 3개 구역(자카바링, 케르타파티, 세브랑 울루)의 무슬림 지도자들과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ajelis Ulama Indonesia, MUI) 관계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교회 건축 반대운동을 주도한 바다루딘(H. Badaruddin)은 현지 언론 Disway.id에 “이 지역 주민은 전원 무슬림이며, 기독교인이 살고 있다면 문제 삼지 않지만 교회를 짓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PalTV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우리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다면 대규모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브랑 울루 1 구역의 울라마협의회 대표 델리 이브라힘(Dely Ibrahim)은 “지역 대부분이 무슬림이므로 교회 건축이 강행되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 3개 구역의 종교 지도자들은 교회 건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시위대는 교회 건축 허가에 필요한 서명을 주민들로부터 ‘금품이나 물품 제공을 통해 얻었다’고 주장했다. 시위 주최 측 대표로 알려진 헤리(Heri)는 palpres.bacakoran.co에 “주민들에게 명확한 설명 없이 서명을 받았으며, 사전에 교회 건축 관련 서명임을 알았다면 결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 주변에는 상주 기독교인이 없다. 100% 무슬림 지역이며, 일부 임시 거주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받고 서명했을 뿐”이라며 “교회 건축은 주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팔렘방 시장 라투 데와(Ratu Dewa)는 아직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지역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주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행정 절차는 지역 공동체와 종교 간 화합위원회를 통해 먼저 논의돼야 한다”며 “현재는 아직 시장 단계까지 보고가 이르지 않았다. 관련 부서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팔렘방은 2021년 기준 18개 구역, 약 18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시위에 참여한 3개 구역의 인구는 27만 6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서 교회 건축과 관련한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이중장관 공동결정문(2006년)’에서 찾는다. 해당 법령은 교회가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최소 90명의 교인 명단과 신분증, 마을 지도자의 서면 동의, 그리고 인근 주민 60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확보하도록 규정한다. 또 종교부 지역 사무소와 종교 간 화합위원회의 추천서도 필요하다.

한 정치 분석가는 “교회 건축이 방해받지 않고 진행된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일부 합리적 반대도 있지만, 이 법이 극단주의 단체가 종교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말했다.

세타라연구소(Setara Institute for Democracy and Peace)의 부회장 보나르 티고르 나이포스포스(Bonar Tigor Naipospos)는 일부 지역에서 금전 거래가 교회 건축 반대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가 주민 서명을 모을 때 지역 단체가 돈을 요구하거나, 교회 주차장 운영권을 대가로 협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카르타의 한 교회는 행정 절차 중 지역 단체로부터 ‘유료 협조’를 요구받았고, 지금까지도 그 단체가 교회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선교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최근 인도네시아 사회가 점차 보수적 이슬람 성향으로 기울면서, 복음 전파 활동을 하는 교회들이 극단주의 단체의 공격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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